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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농산물, 어디든 배달합니다"당신의 오늘은...중앙유통 양병철씨

▲ 양병철씨
고객과 신뢰·믿음 중요
납품후 남은 농산물 기부
어려운 사람들 줄었으면···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시장의 시끌벅적함도 느낄 수 없는 이른 새벽 5시, 일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흐르는 물에 감자를 씻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양파를 까고 있다. 어느 한 농산물 유통점의 전경이다.

제주시 동문시장 인근에서 농산물 전문 유통점 '중앙유통'을 운영하고 있는 양병철씨(40).

양씨가 유통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4년 가까이 됐다.

"유통업을 하기 전에는 동문시장 내에서 농산물 소매업을 운영 했었어요. 소매업을 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유통업에 발을 들여놓게 됐죠"

현재 양씨는 도내에 있는 특급호텔을 비롯해 골프장·대형음식점 등에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다. 서귀포·표선 등 제주에서 양씨의 트럭이 안거치는 곳이 없을 정도다.

양씨는 무·양파·감자·당근·브로콜리같은 유기농 야채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과일 등을 매일같이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다.

"호텔이나 골프장같은 경우 평일에 납품을 하고 있고 소매업은 대부분 주말에 납품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유통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명절을 제외하고 쉬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양씨는 전날 유통되는 농산물을 미리 손질하고 있다. 하루 평균 작업량만 하더라도 1~1.5t 가까이 된다.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직접 손질을 해서 납품을 하고 있어요. 보통 감자와 양파 한박스를 까는데 40분이 걸려요. 흥겨운 노래를 틀어놓고 작업을 하는데 보통 노래 한곡이 3~4분이니까 10곡정도 들으면 작업이 끝나죠"

양씨가 제일 싫어하는 날씨는 언제일까? 바로 폭설이 내리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다.

"눈을 맞으면 야채가 얼어버리고 비를 맞으면 썩어버려요. 그럴 때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죠. 거래처에 다른 야채로 대체할 수 있도록 상황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미안하고 죄송하죠"

양씨는 고객과의 '신뢰'와 '믿음'을 가장 중요시 한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자신의 장점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지난해 폭설이 심해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던 상황에서도 양씨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켰다. 산간 지역에 있는 골프장에 물건을 납품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양씨는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콘테이너에 야채를 싣고 줄을 묶은 채 목적지로 향했다.

"배달물량은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를 믿고 주문했는데 믿음을 깨버릴 수 없었어요. 내려오니까 왕복 4시간 30분정도 걸리더라구요. 오랜만에 한라산가서 멋있는 눈꽃 구경하고 왔다고 생각했죠"

양씨는 유통업을 시작하면서 먹을 게 없어 굶고 있는 독거노인과 위탁가정 어린이들을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그때마다 양씨는 먹거리를 유통하는 사람으로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납품을 마치고 남은 농산물을 지금까지 기부하고 있다.

"먹거리를 취급하다 보니까 못먹는 사람들이 저는 정말로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배추 몇 포기 드리면 김치 담궈서 먹고, 계란으로는 후라이해서 먹고, 꼭 진수성찬만이 밥상이 아니라 몇 가지 반찬에라도 밥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도 밥상이잖아요"

양씨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큰 것이 아니라도 작은 것을 조금씩 나누다보면 어려운 사람들은 결국은 줄어들 것 이라는 게 양씨의 생각이다.

양씨는 "특히 어린이들은 잘 먹고 잘 컸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고 희망이잖아요. 제가 조금만 더 풍족했더라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야채를 마음껏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것이 제 마지막 꿈"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조용히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김동은  dongs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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