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난사람 (4) / 박광열 제주화장품협회장

코스매틱 클러스트사업에서 향토기업 외면 당해

JTP의 투명성 읽은 운영으로 기업과 마찰만

‘제주’ 부각시킨 상품, 행정-기업 힘합치면 수익 ‘

[제주도민일보 장정욱 기자] 제주도 경제는 농·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며 지역 특성상 관광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만큼 제조업의 역할이 적으며 규모도 작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제주 경제 전체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99.9%에 이른다는 통계를 보면 제주도 제조업이 처한 현실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제주도에서도 제조업 발전을 위한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향토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높고, 특히 향장품 등 관광 상품과 연계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많은 지원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 행정이 내 놓는 각종 정책과 예산에도 불구하고 도내 업계에서는 불만어린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책과 현장 사이에서 ‘누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누수’의 한 예를 살펴보자. 지난달 7일 제주테크노파크(JTP, 원장 한영섭)는 코스메틱 클러스터사업의 일환으로 인천광역시와 ‘뷰티산업’ 육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양 도시간 화장품 제조 관련 기술과 원료를 교류 및 생산·개발 공동연구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JTP는 사업 발표 후 도내 업계들로부터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도내 화장품기업들이 “JTP가 코스메틱 클러스터활성화사업에 도내 향토기업의 참여를 배제시켰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코스메틱 클러스터 사업은 지역의 향토자원과 지식경제부의 바이오산업, 농·식품부의 식품산업 및 복지부의 의약·화장품 산업을 결합한 사업이다.,

“JTP 역할 수행 제대로 하고 있나”
문제는 사업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 여부다. 도내 기업들은 JTP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 의도적으로 향토 화장품 기업들을 배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협회 소속 화장품 기업들에게 사업 관련 공문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 기업에 대한 선정기준도 문제로 지적했다. 도내 한 업체는 “현재 사업 참여가 결정된 업체 명단을 보면 올해 5월에 처음 문을 연 업체도 있고, 된장, 간장 만드는 식품회사들도 포함돼 있다”며 “도대체 선정기준이 뭐 길래 십 수 년 넘게 도내에서 화장품을 생산해 온 기업들 대신 참여하게 된 것이냐”며 따지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이의 제기에 대해 JTP는 “의도적으로 제주기업의 참여를 배제한 적 없다”며 “각 기업들에 공문도 보냈고, 설명도 거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 측 주장에 대한 사실여부를 떠나 사업 진행 과정에서 ‘행정과 현장’사이 마찰이 발생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박광열 (사)제주화장품기업협회장은 이러한 마찰 원인으로 JTP의 ‘폐쇄적 운영’을 손꼽았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다 보니 업계로부터 불필요한(?) 의심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코스메틱 클러스트 사업에서 JTP가 도내 업체에 제대로 된 공문 한 번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화장품협회)가 JTP에 공문 보내서 ‘사업 내용에 대해 궁금하다,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냈다. 그런데도 JTP에서는 아무런 답장을 안 하더라. 사업자 선정과정도 마찬가지다. 올해 5월에 만든 회사가 선정되거나 화장품과 전혀 관계없는 식품회사가 선정되는 상황에서 선정 기준조차 공개하지 않으니 불신이 더 쌓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사업 방향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JTP가 도내기업 지원이라는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오름 사건을 보라. 한불화장품 측에 80억원이란 돈이 들어갔는데 제주도는 겨우 상표 브랜드 값 2~3억원 받았다. 그 사업 진행하면서 제이어스라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물리적 실체가 없이 서류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거기 대표가 JTP 한영섭 원장이다. 지역 업체 지원하라고 만든 게 JTP인데 기업 지원해야 할 수장이 회사를 만들어서 지역 업체와 경쟁 입장에 서면 누가 유리하겠나?”

“면세점 운영 수익, 지역사회 얼마나 환원되나?”
박 회장은 도외로 유출되는 관광수익에 대한 구조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JDC 면세점 수익의 일정부분을 제주도로 강제 귀속 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 또는 조례 제정을 통해 수익의 일부를 제주도가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제품이 바로 화장품이다. 하지만 그들이 구입하는 제품 대부분이 육지제품이거나 수입제품이다. 실례로 도내 면세점에 들어가 있는 지역 화장품 있나? 차라리 면세점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우리 제품이 더 팔렸을지도 모른다.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면세점에서 1년에 1500억원씩 버는데 이 돈 모두 국토해양부로 가는 것이다.”

박 회장은 자신들의 문제제기를 단순히 불만 표출로만 바라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사실 우리도 행정과 기업사이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가 문제제기하는 것을 우리 몫으로 한 푼도 안 떨어졌다고 이러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사실 섭섭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걸 따지겠다는 게 아니라 그러한 문제점을 통해 앞으로 발전적 관계를 모색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제품 경쟁력에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제주’라는 청정 이미지 덕분에 각종 국제 박람회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고 한다. 제품에 대해 묻기 전에 가격부터 물어볼 정도라고. 제주도의 행정 지원에 대해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원의 측면에서는 다 잘 되고 있다”며 “도 의회와 도청은 업무지침과 방향을 정확하게 잘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행과정. 박 회장은 “실제 집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니까 제도를 잘 만들어서 진행 중인 공무원들도 당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도내 기업의 잠재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 중심의 정책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큰 틀에서 정책 목표를 그리고 이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뒤따르면 발전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화장품’이라는 특정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도내 모든 제조업을 통괄하는 정책방향이다.

박 회장의 요구는 결국 ‘보다 투명한 행정집행과 큰 틀에서의 정책 수립,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이다. 이는 사실 제주도가 의도하는 정책방향과 일치한다. 그런데 왜 현장에서는 그러한 의도가 현실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것일까. 결국 ‘과정’의 문제이고, 그 문제는 ‘투명성’을 잃은 것에서 기인한다.

불만에 대한 진실 여부를 떠나 JTP가 도내 기업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JTP의 몫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그저 정석대로, 숨김없이, 투명한 길을 걸으면 된다. 정책이든 기업이든 ‘신뢰’를 잃는 순간 그 역할은 소멸되고야 만다는 사실을 JTP와 행정당국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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