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희 기자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뜻하지 않은 겨울이겠구나.. 너의 열여덟 꽃다운 꿈이 한겨울 서리처럼 녹아내린 것 같아 안타깝고 안타깝다. 어찌 너의 그 잘못을 너만의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니. 끔찍한 사건임에도 사람들은 너의 죄라고 말을 잇지 못 했다. 살면서 한번쯤 목격했을 험악한 괴물 차림의 대한민국 교육현실을 아는 누구든 그랬을 거야.

속죄거든. 틀렸음을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 죄. 해마다 비극이 벌어져도 침묵한 죄. ‘다 그런 때야’라고 교육의 이상을 헌신짝처럼 버린 죄. 그 죄가 있으니 어머니를 찌른 너의 그 죄를 탓할 수만은 없지. 성적이 떨어졌다고 몇 날 며칠 너를 굶기고 잠재우지 않은 너의 어머니, 아... 그 애달픈 집착이야말로 어찌 죄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니.

사람들은 여전히 ‘교육’과 함께 희망을 얘기한단다. 꿈이라는 단어도 빠지지 않지. 누구보다 치열히 책상 위의 작은 세상과 싸웠을 너에게 그 희망과 꿈이라는 단어들은 얼마나 사치였을까. 너의 그 일이 벌어지고서도 세상은 말이지. 차가운 숫자 박힌 너의 성적표를 먼저 살폈다. 전국 몇 등. 어린 마음에 고쳐 쓴 성적표까지. 부지런히 책장을 넘기고 공책 위를 오고 갔을 너의 팔목. 그 팔목에 채워진 두꺼운 수갑이 왜 너만의 것이 아닌지.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비극을 낳고 있는지 살피는 시선 따위 시들해진지 오래다. 네가 들은 희망과 꿈, 아마 그것은 거짓이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너의 그 일이 밝혀진지 오늘로 14일째. 수능성적표가 나왔고 사람들은 만점자 친구들에게 플래시를 터뜨린다. 박수를 쳐야할까. 아니면 숫자 싸움에 이기지 못한 풀죽은 친구들을 위로해야 할까. 아마 이것 또한 시간에 금방 묻혀버리겠지. 세상은 또 다음 시험을 기다리고 있거든. 그때까지 또 얼마나 많은 비극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서...

1등만을 기다리는 세상은 쳇바퀴처럼 오늘도 돌아가고 있다. 청춘의 마음이 채 끓기도 전에 너의 세상은 멈춰버렸는데 말이다. 두꺼운 창살에 갇힌, 너만의 것이 아닌 죄에 갇힌, 너를 안타까워한다.

부디, 희망과 꿈이라는 단어가 진실이 되는 세상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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