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Utd 홈 경기 등 고작 15경기 잔디 관리엔 3000만원이나

포환용 서클 있는데도 천연잔디 교체 후 인근 공터서 훈련

전시·탁상 행정에 정식대회땐 실경당하기 일쑤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지난 1970년 5월 오라벌에 들어선 제주도 공설운동장은 1984년 전국소녀체육대회를 계기로 보수 및 보강공사를 거쳐 1998년 제79회전국체육대회와 2002년 제83회 전국체육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제주체육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며 지난 30년간 제주 체육인들이 꿈과 열정이 녹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의 종합경기장엔 스포츠(선수)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탁상·전시행정만이 존재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 지난 2008년 제주종합경기장내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천연잔디로 교체하면서 잔디보호를 위해 그물망이 쳐져있다. 박민호 기자 mino@


내년 1월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앞둔 제주종합경기장.

푸른 잔디(축구장)구장 옆으로 그물망이 처져 있었다. 경기장 관리를 맡은 제주시가 ‘잔디보호’를 이유로 선수·시민들의 출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2008년 경기장내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천연잔디로 교체했다. 이후 프로축구 활성화 등을 위해 이곳에서 제주유나이티드 홈 경기를 치르기 시작하면서 종합경기장은 제주체육의 성지가 아닌 제주유나이티드 보조경기장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당초 제주시 지역 축구팬들을 동원, 흥행 몰이를 기대했지만 올시즌 제주유나이티드의 성적과 관중동원은 곤두박질 쳤다.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출입이 제한된 동쪽 관중석 상단부엔 관중들이 올라갈 수 없었고 주전 선수 이적, 각종 구설수 등에 휘말린 구단은 정규리그 9위까지 추락했다.

제주시에서 경기가 열리면 많은 관중들의 찾아올 것이라 믿었던 구단의 안일한 태도 등이 합처져 올시즌 제주유나이티드는 불과 7만1960명(제주종합·월드컵경기장 포함)이 입장, 경기당 평균 4498명에 그쳐 K리그 16개 구단 최하위를 기록했다. (1위를 기록한 FC서울(44만8027명)은 경기당 평균 2만8001명이다)

올해 종합경기장에서 치러진 대회는 프로축구 제주유나이티드 홈 6경기를 비롯해 전지훈련리그, 장애인축구대회, 백호기초중고축구대회 등을 모두 15경기가. 나머지 350일은 ‘잔디관리’에 총력(?)을 기울인 시간인 샘이다. 시가 잔디관리 등에 사용하는 예산은 연간 약 3000만원수준.
 

▲ 주경기장에 설치된 서클을 사용하지 못하는 투척 종목 선수들이 사용하는 인근 공터 투척훈련장 박민호 기자 mino@

제주시가 일부 스포츠 종목을 위해 행정력을 ‘올인’하는 사이 제주스포츠의 근간인 육상선수들의 경기력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랙 종목의 경우 국내 정상급(여대부)을 유지하고 있지만 포환·원반·창던지기 등이 포함된 필드 종목의 경우 전국 하위권을 멤돌고 있는 상황.

(투척 종목)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종합경기장에서 스트레칭을 마친 선수들이 하나 둘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더니 인근 공터로 발길을 돌렸다. 선수들은 도착한 곳은 야구장(오라구장) 옆 훈련장 지난 2008년 종합경기장 천연잔디 교체 작업이후 제주시가 마련해 준 투척 훈련장이었다. 야구 동호인들의 케치볼 훈련장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경기장내에서 훈련을 할 경우 잔디가 말라죽어 미관상 좋지 않기 때문에 훈련은 이곳에서 해야한다고 밝혔다.

도육상연맹관계자는 “주경기장에서 기초훈련(스트레칭 등)을 마치고 훈련장비를 챙겨 (공터)훈련장으로 이동하다 보면 (몸에)열이 식어 제기량을 낼 수가 없다”며 “축구장은 그렇다 하더라도 투포환장까지 사용을 못하게 막는건 훈련을 하지말라는 얘기”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시에서 제공한 훈련장 때문에 제주대표선수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훈련장 내 서클(경기전 투척 준비동장을 하는 원형의 공간)이 규정에 맞지 않아 (전국)대회에 출전한 도대표 선수들이 번번히 실격당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

서클은 사용하는 종목에 따라 포환 약 2.13m(지름), 원반 2.5m 등의 다른 규격을 적용하고 있지만 시는 그동안 원반용 서클 1개만 제작, 훈련장을 만들어 놨으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포환의 경우 지름 2.135m의 콘크리트로 다진 서클 안에서 구형의 금속 공(남자 7.257kg 이상, 여자 4kg 이상)을 던지는 방식인 반면 원반은 다원반(남자·지름 약 22cm·2kg이상, 여자 지름 약 18cm·1kg이상)을 지름 2.5m의 서클안에서 턴(turn)을 한 다음 원심력을 이용해서 던지는 경기로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실제로 최근(7월 문화체육장관기 육상대회)에 참가한 제주선수들은 실제 포환 서클에 적응을 하지 못해 전원이 실격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육상연맹관계자는 “각 종목간 서클의 지름 차이는 40㎝정도지만 실제 경기에 나서는 선수 입장에서 엄청난 차이”라며 “넓은 서클에서 훈련하던 어린 선수들이 실제규격에 들어선면 상당히 좁아보이기 때문에 실격으로 대회를 망치는 경우가 번번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후 육상연맹의 요구로 포환용 서클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시의 탁상·전시행정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볼수 있다.

경기장 관리를 맡고 있는 시관계자는 “투척 경기장의 경우 대회가 있을 때에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평상시 (잔디보호 때문에)훈련은 야구장 서쪽에 마련된 훈련장을 이용해야 한다”며 “고작 100~200m 정도의 거리가 멀어 훈련은 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훈련장을 만들어 줬는데 선수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아 야구동호인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4월21일) 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체육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5조)에 따르면 ‘국가 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국경·조 행사 및 주요시책을 위한 행사’ 다음으로 ‘제주자치도 대표선수의 훈련’을 경기장 사용허가의 우선순위로 정하고 있다.
 
결국 시는 관련 조례도 무시한채 경기장을 운영하고 있는 샘이다. 현재 제주에는 모두 9명(포환7명·창1명·원반1명)의 어린 선수들이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속에 내일의 국가대표를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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