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수 기자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기자] 도민들의 기대 속에 물 하나로 제주를 먹여 살릴 수 있다며 탄생한 ‘삼다수’. 자부심으로 성장해야 할 삼다수가 자꾸만 외면의 길을 걷는 것 같아 아쉬움을 드러낸다.

도내 유통대리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도지사 친인척 연루설, 특정기업 내정설 등이 제기되는가 하면 삼다수 일본수출업체 선정에서도 공모절차 없이 특정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최근엔 4억원 상당의 삼다수 800t이 특정인들에게 선심용으로 무상 제공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도민들이 주인이 돼야 할 공기업이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기업으로 전락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계·관계·재계·학계 등 특정 ‘조직’에서 볼 법한 집단이기주의인지, 제왕적 도지사 체제가 만든 순종 공직사회인지 뚜렷하진 않다. 

우근민 도지사가 선심용 삼다수 문제를 이실직고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더 큰 제주도민의 이익을 위해 덮고 가자고 한 발언은 실망스럽다. 도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도지사 전유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덮고 가는 게 도민을 위한 일이지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도덕적으로 풀어져 있다는 뜻의 ‘모럴 해저드’라는 말이 있다. ‘해저드’(hazard)는 주사위 놀이를 뜻하는 중세 프랑스어에서 나온 말이다. ‘운에 맡기고 한 번 해본다’는 뜻으로 ‘해저드’는 곧 ‘도박’일 수 있겠다. 골프장 홀에 배치된 개울을 우린 ‘워터 해저드’라고 부른다. 골퍼들은 잘못 날린 샷에 공이 개울에 빠지면 ‘또랑창’에 빠졌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결국 ‘해저드’라는 말은 ‘풀어진 상태에서 운에 맡기고 한 번 해보다가 또랑창에 처박힐 수 있다는 뜻을 품는 말일 수 있겠다. 집단 이기주의도 아니고 제왕적 도지사 구조도 아니라면 도덕적 해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겐 긴장감도 없고,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은 혀를 찰 뿐이다.

돌이켜본다. 제주 공직사회가 언제 도적적으로 긴장한 적이 있었을까. 지금의 사회는 도덕적 긴장이 해이해진 시대가 아니다. 긴장이 조성돼 본 적 없는 시대, 어떻게 조성해야 할지 준비가 없는 시대다. 매번 선거 때마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떠들던 도백의 초심은 취임선서 때만 ‘반짝’이었다.

도 금고 기금을 도지사 ‘쌈짓돈’으로 활용하거나 특정 기업·인사들에게 지원금을 ‘몰빵’하고, 도 산하기관·협회 등 지사 손길이 뻗치는 곳마다 측근들로 채우고…. 제왕 밑에 드리운 권력의 향에 취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고 있는 제주사회의 암울한 모습이 변하지 않는 한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긴 힘들다.

탈세·위장전입·위장취업 등 사소한(?) 범죄에도 대통령에 오른 사람이나 성희롱 핸디캡에도 수장의 자리를 꿰찬 사람 모두, 국민·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암묵의 카르텔, 특혜·비리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있다. 권력자에게 모럴해저드 기준을 맞추는 시대에 살아야하는지 도민으로서 도백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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