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호 기자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지난 5월30일 경북 김천종합스포츠타운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소년체전 남자초등부 준결승전에서 제주도가 충북을 종합전적 3-1로 물리치고 소년체전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감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제주선발팀은 준결승에서 첫 단식을 충북에 내줬지만 이어진 단식과 복식에서 승리를 거둬 종합전적 3-1로 충북을 제압, 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결승 상대인 강원에 0-3으로 져 금메달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지만 제주 테니스사를 새로쓴 명승부였다.

메달의 기쁨도 잠시 제주체육 사상 첫 결승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어린선수들(임진범(동홍초 6)·고재영(제주북초 6)·오승우(신례초 6)·김지용(동홍초 5))에게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막내 지용이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이제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야한다. 진범이는 비봉중 승우는 효명중(이상 경기도), 재영이는 우천중(강원도)으로 진학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체전에서 이들은 소속 중학교에 따라 각 지역대표로 경기에 참가하게 된다.

“제주에서 연계육성이 된다면 이런일은 반복되지 않을텐데”
아이들의 지도를 맡은 선생님들은 매년 자식처럼 키운 선수들과 전국체전에서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만 현실이 씁쓸하기만하다.

지난 2009년 전국소년체전에서 ‘기적 같은’ 은메달을 따내며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한림초 배구부 주역들 역시 도내 중학교에 배구부가 없어 더 이상 함께 운동을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상황은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에 따르면 올해까지 12종목 85명의 선수들이 다른 시·도에 있는 중·고등학교로 진학한 것으로 집계됐다.(지난 7월기준) 축구가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테니스가 11명, 야구(12명), 육상(7명), 핸드볼(6명), 배드민턴(3명), 탁구(3명), 씨름(2명), 유도(1명), 역도(1명), 골프(1명) 순이다. 학교별 등록팀 역시 초등학교 218개팀, 중학교 161개팀, 고등학교 97개팀으로 상급학교 일수록 팀수가 줄어들어 제주체육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같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가칭)제주체육고 설립을 위한 제1차 실무자회가 지난달 26일 열렸다. 우수체육인재 조기 발굴·육성과 우수선수 역외유출 방지, 학부모 부담 해소, 전국 유일 사립 일반계 고교 내 체육학급 운영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후속조치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

관계기관의 초·중·고 체육 연계시스템 구축이 지지부진한 사이 제주출신 체육특기생들은 전국으로 흩어져야하고 일부는 방향을 잃은 채 운동을 접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일부(중학교)에선 운동부 창단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상급학교로의 진로가 없는 상황에선 학생들의 도외 유출을 2~3년 늦출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되지 않는다.

체육고 설립에 중심에 있는 도교육청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한다. 하지만 관계기관이 소극적인 태도로 체육 중·고등학교 설립 시기가 늦어질 수록 제주 체육 꿈나무들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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