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엥겔계수 7년 만에 최고

소비자 지갑 닫을 듯

[제주도민일보 장정욱 기자] 저소득층 가구의 엥겔계수(지수)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먹고 살기 힘들다’란 말이 괜한 엄살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1년 3/4분기 저소득층 가구 엥겔계수는 22.8%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가구의 엥겔계수 역시 15% 수준으로 2008년 3/4분기 이후 가장 높게 조사됐다.

엥겔계수란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식료품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일정 범위 내에서 기본적으로 지출돼야 하는 품목이기 때문에 저소득 계층일수록 엥겔계수가 높다. 소득이 높을수록 식료품 외 지출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엥겔계수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식료품·비주류음료 등의 가격 상승 영향으로 3·4분기 소비지출이 7.0% 늘면서 엥겔계수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식료품 등 물가가 상승함으로써 지출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물가 인상 수준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2.1% 증가했다. 그런데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의 소비양은 1.9% 감소했다. 지출금액은 늘었는데 양은 줄어든 것이다. 물가가 오름에 따라 지출 비용은 늘었지만 오히려 구매량은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가계는 수입을 일시에 늘리기 어려운 만큼 소비를 위축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의 방법을 찾는다. 문제는 엥겔계수가 높을수록 식·음료품 소비축소는 어렵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차 소비품목에서 절감이 힘들다 보니 문화·여가활동과 관광 등 3차 소비지출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먹고 살기 힘든 마당에 관광은 무슨’이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경우 ‘관광’이 도내 경제활동의 근간이다. 직접적인 수익을 올리는 관광업계 뿐만 아니라 도내 제조·유통 전 분야에서 관광객이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이 같은 지역 경제의 특수성으로 인해 엥겔계수가 최고치라는 통계청 발표는 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제주이지만 앞으로 ‘관광’에만 매달릴 경우 자칫 경제의 자생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 엥겔계수가 제주도에 던져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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