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자동등록제로 절차 완화되며 술집 등 가맹점 등록
제주시·서귀포시, 이달부터 지도점검 3회 걸쳐 실시 계획
유흥주점과 같은 부적절 업소 명단서 제외 조치 예정

제주시
제주시 내 한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점심시간임에도 가게 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간판에는 술집이라고 쓰여있다. 이서희 기자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15일 낮 12시께 찾은 제주시 내 한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간판에는 술잔 그림과 함께 ‘술집’이라고 쓰여있었다.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였다.

가게 내부에 있는 메뉴판을 훑어보니 식사 메뉴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아이들이 먹을 수 있을 듯한 감자전과 같은 메뉴는 끼니당 9000원인 아동급식카드로 먹을 수 없는 가격대였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동급식카드 가맹점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간판에는 맥줏집이라고 버젓이 쓰여있었다. 메뉴 가격대는 저렴한 편이었으나 마른 오징어 등 안줏거리가 대다수였고 식사 메뉴는 없었다.

아동급식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 결식 우려 아동에게 지급된다. 매달 초 행정시에서 한 달 치 급식비를 선불 충전해 가맹점에서 음식, 식재료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제주시를 기준으로 끼니당 9000원씩, 하루 2만원(방학 중엔 3만원)을 30일간 쓸 수 있다.

제주도민일보 취재 결과 지난 1월 기준 제주시와 서귀포시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상호에 ‘포차’(포장마차), ‘술집’, ‘맥줏집’ , ‘칵테일바’등이 포함된 가게가 수십 개 확인됐다.

아동급식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한 칵테일 바. 로드뷰 갈무리
아동급식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제주시 내 한 칵테일 바. 로드뷰 갈무리

특히 가장 저렴한 메뉴 가격이 4만원대인 고급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와 음식점이 아닌 파이프회사도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20년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등록 방식을 ‘신청-심의제’에서 카드사 자동등록제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적어 카드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자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 업체를 일단 모두 등록하고, 적합하지 않은 업체들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에 제주시에 등록된 가맹점만 1만3212곳에 달하며 서귀포시도 5564곳으로 불어났다.

문제는 일반음식점 가운데 식사 메뉴가 없는 술집으로 운영되는 점포가 많은데 이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이달부터 3회차에 걸쳐 가맹점 지도 점검을 실시한다.

점검 과정에서 업종이 일반음식점이더라도 사실상 술집업소(주류 및 안주류 위주로 판매), 유흥업소로 운영되는 음식점 등이 확인되면 가맹점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행정 관계자는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점검을 통해 아동급식카드 부적합 업소들을 제외하고, 건전한 아동급식 환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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