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제주경찰청 신청 최종 승인…오는 5월 10일 옮겨질 예정

문형순 전 서장 묘역 참배 모습. 제주경찰청 제공
문형순 전 서장 묘역 참배 모습.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제주4·3 당시 학살 명령을 거부하고 제주 도민 수백 명을 살린 고(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5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국가보훈부는 제주경찰청이 신청한 문 전 서장에 대한 국립제주호국원 안장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해 말 6·25참전 유공으로 서훈을 받은 문 전 서장은 이번 호국원 안장까지 결정됐다.

이에 그동안 제주시 오등동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묻힌 문 전 서장은 오는 5월 10일 국립제주호국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날 파묘와 화장, 영결식 등의 순서로 이장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1897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문 전 서장은 1919년 만주의 독립군 양성학교인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한 뒤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1920년대에는 한국의용군 등에서, 1945년에는 임시정부 광복군에 몸을 담았다.

광복 이후 제주청 기동경비대장으로 입직한 문 전 서장은 4·3 사건 당시 모슬포 좌익 혐의 주민 100여 명을 자수시킨 뒤 방면해 학살 위험에서 구하고 성산포에서 예비검속자에 대한 계엄군의 총살명령에 ‘부당함으로 불이행’한다며 거부해 총 295명을 방면하는 등 관할지역 주민의 생명을 보호했다. 이 공로로 지난 2018년 경찰청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953년 9월 제주청 보안과 방호계장을 끝으로 퇴직한 문 전 서장은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유족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이후 제주경찰청이 문 전 서장에 대해 국가보훈부에 독립유공자 심사를 6차례에 걸쳐 신청했으나 입증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로는 서훈을 받지 못했다.

제주경찰청은 문 전 서장이 한국전쟁 당시 경찰관으로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을 확인하고 지난해 7월 독립유공이 아닌 참전유공으로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해 같은 해 12월 국가유공자 선정을 통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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