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수행단, 70여 년 간 수형생활 숨긴 A씨 직권재심 청구
6일 부산 동아대 모의법정서 열린 재판서 무죄 선고 받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직권재심 재판이 열리고 있는 모습.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직권재심 재판이 열리고 있는 모습.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도 연좌제 등 피해를 우려해 숨죽여 살아온 95세 노인이 70여 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6일 4·3 생존수형인 A(95)씨에 대한 직권재심 재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4·3 당시 군경 토벌대에 의해 불법 구금된 후 1949년 7월 군사재판에 넘겨진 A씨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서 7년 6개월 간 수감됐다.

A씨는 7년 넘게 억울한 옥살이를 했지만 가족들이 손가락질 당하거나 연좌제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수형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아 특별재심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나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A씨 진술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불법 구금 등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형사소송법상 재심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특히 제주지법 형사4부는 거동이 불편한 A씨를 위해 그가 거주하는 부산 동아대 모의법정에서 재판을 열었다.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청구와 무죄 선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022년 희생자 미결정 생존수형인인 박화춘 할머니가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박 할머니는 지난 1948년 12월 군사재판에서 내란죄를 뒤집어쓰고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박 할머니 역시 연좌제 등 피해를 우려, 수형 사실을 숨기고 살아오다 70여 년 만에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직권재심을 통해 명예를 회복했다.

한편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이날 무죄 판결 후 환영 메시지를 발표했다.

오 지사는 “제주4·3 생존수형인 어르신의 무죄 판결을 70만 제주도민과 함께 온 마음으로 환영한다”며 “깊은 트라우마에도 진실을 위해 용기를 내준 어르신께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판결이 어르신과 가족들께 큰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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