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기념위-제주다크투어, 삼양동 유적지 실태조사 결과 발표
성·학교·종교시설 등 자원 많지만 안내판 조차 없어 보존 노력 절실

덤불에 가려진 도련1구 4·3성의 일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덤불에 가려진 도련1구 4·3성의 일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제주4·3의 아픈 역사가 담긴 동굴 등 유적지에 대한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이하 기념사업위)는 6일 ‘삼양동 4·3유적지 실태조사 및 자원활용 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념사업위는 2022년부터 제주도의 예산지원을 받아 4·3유적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보고서를 작성, 발표하고 있으며 이번 보고서는 봉개동을 중심으로 이뤄진 ‘우리마을 4·3이야기 보고서’에 이은 두 번째 보고서다.

기념사업위는 제주다크투어 등과 함께 조사단을 구성,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삼양동을 중심으로 4·3유적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단은 과거 ‘설개’라고 불렸던 삼양일동에서는 불탑사와 원당사, 명진ᄆᆞ루, 돌숭이를 조사했다. ‘가물개’라는 옛명칭이 있는 삼양이동에서는 삼양초등학교, 삼양지서 옛터, 삼양지구대 내 순직비석들, 삼양지서 앞밭, 삼양교회 옛터를 조사했다. ‘벌랑’이라고 불렸던 삼양삼동은 벌랑4·3성, 벌랑뒷동산궤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삼양동 지역 4·3유적지 대다수가 안내판이 없거나 진입로가 없어 일반인 접근이 어려웠다.

우선 4·3 당시 소개령에 따라 피신한 도민들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도련1구 4·3성’의 경우 현재 아주 일부만 남아있는 상태로 확인됐으나 덤불 속에 가려져 있었다. 특히 안내판이나 보존을 위한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4·3 광풍 속에서 3~4명 정도 몸을 숨길 수 있었던 항골의 경우 현재 무너져 내려 굴의 형태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조사단은 공식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무고한 도민들이 희생된 학살터인 웃새질의 경우 개인 사유지로 경작이 이뤄지고 있어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 역시 안내판이나 역사 기록이 없어 증언자 등과 동행하지 않는다면 위치를 찾기 조차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4·3 발생 전 도민들이 모여살던 마을 집터들도 과수원 등으로 개간됐고 길과 숲 일부만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같은 ‘잃어버린 마을’을 나타내는 유적지 안내판이나 지도 위치 표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도련일동에 위치한 4·3 희생자 위령제단의 경우 지도 검색이 가능하며 안내판과 표지석 등이 잘 돼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도 공간에 대한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기념사업위는 “삼양동에는 선사유적지 뿐 아니라 4·3성과 학교, 종교시설 등 다양한 4·3 역사자원이 존재한다”며 “도시개발 등으로 모두 사라지기 전에 보존되고 기억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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