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주택 증가세 이어져… 읍·면·영어교육도시 집중

1㎡당 분양가 780만원… 서울 이어 전국 두번째로 높아

향후 수요 제한적ㆍ공급 감소세…임대차 가격 상승 우려

[제주도민일보 DB] 제주시 연동신시가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제주도민일보 DB] 제주시 연동신시가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제주도민일보 현봉철 기자]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이 2022년 7월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증가와 높은 분양가는 당분간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건설사 부실과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이 나타나기 전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제주지역 주택 매매가격이 2020년 11월을 저점으로 반등해 2022년 7월까지 7.4% 상승해 고점을 찍은 뒤 하락 전환돼 지난해 12월까지 3.2% 하락했다.

전국이 2019년 8월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보인 데 반해 제주지역은 상승시점이 15개월 정도 늦었고, 누적상승률도 전국 평균 16.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락기의 경우 전국은 고점 대비 8.8% 하락 후 지난해 6월을 저점으로 가격 반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주는 아직까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주택 규제 완화로 비규제 지역으로서 제주의 이점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주지역 주택매매가격 2019년초 이후 상승폭 및 하락폭(왼쪽)과 제주지역 유형별 매매거래량.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제주지역 주택매매가격 2019년초 이후 상승폭 및 하락폭(왼쪽)과 제주지역 유형별 매매거래량.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제주지역 매매가격 등락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파트는 코로나19 이후 상승기 중 20.2% 오르고 하락기 중 7.1% 내렸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아파트는 최근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2019년 초 수준을 5.7% 상회하는 반면 연립·다세대 주택은 5.4% 하회했다. 단독·다가구 주택은 약보합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택 전세가격은 매매가격과 마찬가지로 2021년 이후 상승하다가 작년부터 하락세를 보인다. 월세가격도 전세가격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대차시장에서 특이한 점은 전세수요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임대차거래 중 월세 비중이 확대됐다. 이는 전세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커졌고, 최근 역전세·전세사기 등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우려로 임차인의 빌라(연립·다세대 유형) 전세 선호도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시장에서는 시세확인 등이 용이해 전세사기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 거래가 증가했다.

작년 4분기 기준 제주지역 내 역전세 위험 가구 비율은 40.6%, 깡통전세 위험 가구는 2.2%로 전국보다 낮은 수준이나 역전세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다만 제주지역 전세 주거 비중이 2022년 기준 6.8%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데다 지난해 잔존 전세 계약이 크게 줄어 다른 지역에 비해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주택 분양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주택가격이 반등과 함께 2022년 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청약 수요가 줄어 지난해 상당폭 감소했다.

제주지역 미분양 물량(왼쪽)과 2022년 이후 미분양 주택 비율.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제주지역 미분양 물량(왼쪽)과 2022년 이후 미분양 주택 비율.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미분양 물량은 2021년 말 836호에서 2023년 11월 2510호로 빠르게 증가했다.

2022~2023년 제주지역 분양물량 중 미분양 주택 비중은 37.1%로 대구 다음으로 높았고, 전국적으로 2023년 들어 미분양주택이 완만히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제주지역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특히 공사가 끝나 사용승인이 났음에도 분양되지 못한 ‘준공후 미분양주택’의 경우 입지나 상품성이 부족해 ‘악성’으로 분류되는데, 제주지역은 그 비중이 39.7%로 전국 평균 17.5%보다 갑절 이상 높았다.

미분양 주택의 69%는 도심이 아닌 읍·면 지역에 있고,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분양 지속 가능성이 큰 ‘준공후 미분양물량’의 경우 서귀포시에 67.5%가 분포했다.

이 같은 분양시장 침체와 미분양 주택 증가는 실수요와 다른 지역 거주자의 투자수요가 모두 위축됐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1㎡당 분양가는 작년 11월 기준 780만원으로, 서울 1034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전국 평균 분양가 518만원의 약 1.5배 수준이다.

고분양가 요인으로는 경기도를 제외한 8개 도 가운데 가장 높은 대지비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발생하는 추가 물류비에 따른 건축비 상승이 꼽혔다.

또 제주지역은 비규제 지역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았고, 분양가 심사 권한을 가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주도의 심사 강화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주 매매가격 전망 및 주택가격 상승률(왼쪽)과 분양전망지수.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제주 매매가격 전망 및 주택가격 상승률(왼쪽)과 분양전망지수.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한은 제주본부는 향후 주택 매매시장은 수요 측면에서 당분간 매수세 회복이 제한적이고, 공급 측면에서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임대차시장에서는 입주물량 감소와 매매수요 위축 영향으로 임차료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재무 여건이 취약한 건설사의 부실 위험이 증대되고, 지역 금융·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제주지역 건설사 부채비율(왼쪽)과 경영난으로 인한 연도별 폐업건수.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제주지역 건설사 부채비율(왼쪽)과 경영난으로 인한 연도별 폐업건수.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공]

 

제주지역 건설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2020년까지 전국에 비해 낮았으나 이후 지속적인 상승으로 2022년 129.3%로 전국 평균 112.4%보다 높아지면서 재무안전성이 낮아졌다.

2023년의 경우 경영난으로 인한 폐업건수가 74건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돼 재무지표 저하가 예상된다.

특히 미분양 주택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건설업체 공사대금 회수 차질과 자금사정 학와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최근 부실화 우려가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경우 제주지역 건설사의 PF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돼 직접적 파급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제주본부는 제주지역 부동산 경기 부진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건설사 부실위험이 증대됨에 따라 건설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제주지역 경제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또 제주지역은 부동산 자신 비중이 78.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편이고, 차주의 재무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시 민간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우려되고 있다.

한은 제주본부는 단기적으로 미분양 해소, 부동산 PF 위험 관리, 건설경기 활성화 등을 추진하되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리스크가 실물경제 및 금융 부문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고,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차원의 공급계획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최근 주택경기 부진으로 주택건설이 위축되면서 2~3년 이후에는 공급 부족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기본적인 주택수요 증가에 맞춰 적정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주택공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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