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진정 추웠던 것은 마음이었다

지난 25일. 도청 앞 길 건너 인도에서 한·미 FTA 비준안 국회 처리를 반대하는 농민들과 제주시 공무원들 사이 충돌이 발생했다. 농민들이 세운 천막과 바람막이(파티션)는 ‘불법설치물’이란 이유로 철거당했다.

 제주도가 한 평(3.3㎡) 조금 넘어 보이는 공간에 세운 파티션 6개도 인정하지 못한 그날은 기상청이 밝힌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농민들의 “최소한의 보온 장치”라는 절규도, “바람막이 대신 담요라도 가져다 달라”는 부탁도 제주시는 철저히 외면했다. 100여명의 공무원과 경찰 덕분에(?) 철거 시작 1분 만에 파티션은 깨끗하게 치워졌다.

하지만 제주시 공무원들은 ‘불법설치물’ 철거 이후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이번엔 농민들이 깔고 앉은 돗자리 등이 ‘불법설치물’로 규정됐다. 농민들의 저항은 역시 통하지 않았고 농민들은 맨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날 제주시 공무원들은 ‘법’과 ‘공무’를 핑계로 농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았다. 오직 1평 공간에 놓인 작은 물품들에만 집중했다. 공무원들에게 농민들이 사용하는 모든 것은 ‘불법설치물’이었다. 어쩌면 농민들이야말로 치우고 싶은 ‘불법설치인(人 )’이었는지도 모르고.

제주시는 그렇게 옹색했다. 사람의 왕래도 별로 없는 넓은 인도 한 귀퉁이에 마련된 1평의 공간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이 왜 거기에 ‘불법설치물’을 세우고 눈물 섞인 ‘투쟁가’를 불러야만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이해도 없었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던 그날 밤. 농민들은 어쩌면 자신들을 바라보는 제주시의 차가운 시선에서 습기 머금은 밤바람 보다 더욱 시린 고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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