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민의길, ‘정부 농업예산‧가락시장 탄력운영계획’ 규탄…오는 11일 전국농민대회서 맹성토

제주 농민의길, ‘정부 농업예산‧가락시장 탄력운영계획’ 규탄 기자회견.
제주 농민의길, ‘정부 농업예산‧가락시장 탄력운영계획’ 규탄 기자회견.

“윤석열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비룟값 지원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농민들에게 농사짓지 말라는 소리 아니냐.”

제주 농민의길은 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2024년 농업예산과 가락시장 탄력운영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맹성토에 나섰다.

제주 농민의길은 이날 “올해 우리 농민들은 계속적으로 농업 문제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기에 내년 농업예산에 대해 조금의 기대를 갖기도 했지만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을 보면 농민들을 아예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전체적인 농업예산이 상승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보면 정작 우리 농민들이 요구해온 내용들은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있던 예산마저 없애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농민의길에 의하면 자유무역협정(FTA)피해보전직불금은 126억원 하락했고, 농업인 건강‧연금보험료 또한 534억원 감소했다. 요소사태 이후 농민들에게 보조해 오던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사업’ 예산 1000억원도 전액 삭감됐고, 친환경 농가들을 위한 유통활성화 예산 28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이에 반해 인상된 농업예산은 농산물 수입을 위한 예산과 농민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가루쌀 생산, 논콩 생산 등 정부주도사업에 집중됐다는 게 제주 농민의길의 주장이다.

앞서 내년 농업예산에 혀를 내두른 추미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장은 “저는 여성 농민으로 3000평 규모의 소규모 농사를 짓고 있다. 다행히 땅이 조금 있어 임대는 아니지만 올해 농사를 정산해보니 겨우 150만원 정도 남았다”라며 “비룟값, 농약값, 인건비 다 떼고 남은 게 그 정도인데 친정 어머니 병원 검진비도 올라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룟값, 농약값은 엄청 올랐지만 밀감값은 20년 전과 똑같다. 그래도 농산물 좀 팔려고 하면 정부가 수입 농산물을 이에 맞춰 풀어버려 농민들이 진짜 살 길이 없다”며 “농민들이 어떻게 자녀들 공부를 시키고 생활을 했나 보니 결국은 모두 다 빚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농업예산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종 (사)제주양배추연합회 회장도 “20년 전 농산물 경락 가격이 지금도 그대로지만 상승한 농업 경영비를 보면 제주농민이 생존을 이어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비룟값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농산물 수입 예산 400억원을 증액한다는 건 대한민국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지 말라는 얘기와 뭐가 다른가”라고 호통쳤다.

제주 농민의길은 농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농업예산이 아니라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세운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농민의길은 이날 내년 농업예산 성토와 더불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의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계획 철회’도 재차 촉구했다.

공사는 지난달 6일 가락시장 개장일을 주 6일에서 5일로 전환하기 위한 시범실시를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이날 전농 제주도연맹은 “노동자의 처우개선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사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할 부분으로 농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개장일 축소는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채호진 제주 농민의길 집행위원장(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가락시장 개장일 축소를 위해 나서달라고 제주도청에 요청했더니 관계자가 농민들이 알아서 싸우라고 얘기했다. 농민은 농사를 지어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사람일 뿐이지 싸우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제주 농민의길은 “제주농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대응한다면 오영훈 도정 또한 규탄의 대상에 예외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농민들은 농업의 날인 오는 11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을 규탄할 예정이다.

또한 제주 농민의길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제주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사)전국농업기술자 제주도연합회, (사)제주도친환경농업협회, (사)제주양배추연합회, (사)제주당근생산자연합회 등 4개 농민단체와 2개 품목별생산자연합회로 구성됐다.

제주 농민의길, ‘정부 농업예산‧가락시장 탄력운영계획’ 규탄 기자회견.
제주 농민의길, ‘정부 농업예산‧가락시장 탄력운영계획’ 규탄 기자회견.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