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들불축제 '오름 불 놓기' 25년 만에 역사속으로

결국 제주의 대표 문화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불(火)' 없는 축제로 25년이라는 역사를 끝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1일 대신 ‘시민참여 기반·생태가치 지향 축제’로 거듭나겠다며 내년에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 지속 가능한 축제로 재도약할 수 있는 축제 준비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 축제부터는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는 ‘오름불놓기’는 아예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불 없는 축제가 무슨 들불축제냐”며 도민사회 제주들불축제 존페 논란이 확대되면서 어쩌면 예견되기도 했다.

지난 달 26일 제주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근본적인 변화와 개선을 요구했고, 앞서 지난 5일 오영훈 지사가 도청 출입기자단과 가진 차담회에서도 “도백의 수장으로서 불 축제는 분명히 책임이 따른다”고 언급하며 굳이 존재의 필요성에 일갈했다.

그렇다면 25년 역사 들불축제 존페 여부가 이대로 내팽겨져도 된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다 이유가 있다. 매년 들불축제때마다 ‘관치 동원’과 ‘콘텐츠 부재’는 단골 메뉴로 논란거리가 됐고,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를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게다가 시민사회에서 문제 제기한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도 모르쇠하기 일쑤였다.

향후 제주시는 들불축제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되 생태계 중심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획과 운영에서 실질적인 주민참여 방안 마련해 시민 주도 추진방식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한다. 늦었지만 행사 업체 배불리기가 아닌 지금이라도 시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할 때가 맞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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