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일 마포 인디스페이스서 4‧3 영화 등 8편 상영
관객들 “지금껏 몰랐던 4‧3, 서울에서 영화로 알게 돼 뜻 깊어”

제주4‧3을 서울 시민들에게 영화로 알리는 ‘4‧3영화제 서울 특별상영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상영회 관객들은 잘 알지 못했던 4‧3이란 역사를 알 수 있어 유익했다며, 4‧3을 만나는 자리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은 지난 7일과 8일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4‧3영화제 서울 특별상영회를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재단은 서울 상영회 기간 동안 총 8편의 영상·영화 작품을 선보였다. ‘땅은 늙을 줄 모른다’(2022, 김지혜) ‘메이 제주 데이’(2022, 강희진) ‘산, 들, 바다의 노래’(2014, 권혁태) ‘유언’(1999, 김동만) ‘잠들 수 없는 함성 4‧3항쟁’(1995, 김동만) ‘곤도 하지메의 증언’(2023, 이케다 에리코) ‘비념’(2013, 임흥순) ‘다음 인생’(2015, 임흥순) 등이다.

199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단편부터 장편까지,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극영화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4‧3 진상규명사에서 빠질 수 없는 초기 영상에,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성범죄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등 의미 있는 구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영화 상영 후 관객과 만나는 시간을 통해 가치를 되새겼다.

‘유언’ ‘잠들 수 없는 함성 4‧3항쟁’을 연출한 김동만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함께 4‧3진상규명 운동에 매진한 강덕환 시인(전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조사위원)이 참여했다. 강덕환 시인은 김동만 감독과 함께 고군분투하던 시절을 기억하며, 1997년 제주지방경찰청 보안과의 긴급체포서를 직접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은 “힘든 시절에 이런 기록들을 남겨줘서 우리가 이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정말 감사하다”, “29년전에 만든 4‧3 영상이 지금도 여전히 울림을 안겨준다는 사실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알려야 한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다른 영화인들에 의해 더 많은 4‧3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관객 의견에 김동만 감독은 “제목에서 4‧3을 항쟁으로 말하는 영상 작품은 여전히 ‘잠들 수 없는 함성 4‧3항쟁’ 뿐”이라며 “역사는 오래됐다고 해서 녹슬지 않는다.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국가추념일이 됐지만 4‧3은 아직도 말하지 못한 함성이 존재한다”고 피력했다.

‘곤도 하지메의 증언’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일본인 곤도 하지메(1920~2021)의 실제 증언 영상을 담았다. 곤도 하지메는 중국과 오키나와에서 저지른 참전 경험, 특히 성범죄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뉘우친다. 그러면서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상영 후 열린 스페셜 토크는 ‘곤도 하지메의 증언’ 한국어 번역 겸 제작을 맡은 이령경 실행위원(제주도 4‧3사건을 생각하는 모임·도쿄)과 함께 했다.

이령경 위원은 “이 영상은 곤도 하지메를 처음 만난 2000년부터 세상을 떠난 2021년까지 나눴던 기록들을 정리했다. 비교적 짧은 26분 영상은 올해 4‧3미술제 때 소개됐고, 56분 전체를 공개하는 건 4‧3영화제 서울 상영회가 처음”이라면서 “한국에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많은데 그럼에도 4‧3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령경 위원은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졌던 국가폭력 가운데 4‧3은 국가가 인정·사죄하고 성과물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화해와 상생’이라는 구호 속에 무엇이 비었을까 고민했다. 그것은 바로 가해 증언”이라며 “가해자 목소리가 있어야 전체 역사가 보인다.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었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비념’과 ‘다음인생’을 연출한 임흥순 감독도 관객 앞에 섰다.

“‘비념’에서 4‧3 만큼 강정해군기지 갈등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 이유”를 묻는 관객 질문에 임흥순 감독은 “4‧3과 강정이 직접적인 연결은 없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을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캄보디아와 한국 여성 노동자를 잇는 ‘위로공단’(2015), 광주민주화운동과 아르헨티나 학살을 잇는 ‘좋은 빛, 좋은 공기’(2021) 등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어떻게 하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이해의 폭을 넓힐지가 내겐 중요한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4‧3영화제 서울 특별상영회에 참여한 관객들은 4‧3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승호(29, 서울)는 “지난 정부 때 문재인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한 뉴스 정도를 봤던 기억이 있다”며 “4‧3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좋은 영화들을 많이 소개해서 인상 깊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에 정착한 대정읍 출신 고정일(61)은 “예전부터 4‧3은 알고 있었다. 영화제 소식을 듣고 이 참에 4‧3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참여했다”며 “서울에서는 4‧3을 포함해 제주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4‧3을 모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4‧3을 알리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현장 설문조사에서도 “국가 폭력에 피해 입은 제주도민들은 어떻게 그 세월을 견뎠을까”,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단기간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4월에 열어도 좋을 것 같다”, “4‧3영화에서 평화, 인권 영화로 확대해 소개하길 바란다”, “서울을 포함해 다른 지역에서도 상영회를 열어달라” 등의 반응이 나왔다.

4‧3영화제 이정원 집행위원장은 “4‧3 영화가 서울에서 상영된 ‘영화 같은 순간’을 만들어준 모든 분들, 특히 서울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내년, 그 이후에도 서울에서 4‧3영화제를 개최해 4‧3의 전국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4‧3영화제 서울 상영회 현장 사진
4‧3영화제 서울 상영회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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