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세은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의장

김세은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의장
김세은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의장

“노키즈존이 아이들은 시끄럽고 주변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커피숍이나 음식점에 들어올 수 없게 만든 것인데, 노키즈존이 점점 늘어가면서 아이들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이건 아동을 차별하는 어른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노키즈존 철폐를 결의문에 담게 됐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는 노키즈존 철폐 등 14개의 요구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당시 아동총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제주 신성여자중학교 1학년 김세은 학생을 지난 17일 제주 시내 학원가에서 만나 노키즈존 철폐 요구를 결의문에 담게 된 배경과 아동총회 의장에 선출된 과정을 확인했다.

노키즈존에 대한 생각을 밝힌 김 의장은 “제주에 노키즈존이 많은데 이번 결의문이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2월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노키즈존 542곳 가운데 14.4%인 78곳이 제주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지역에 비해 5~20배는 많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관광지라는 제주의 특성상 커피숍과 음식점 등이 많은 점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이른바 ‘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이 심의됐으나 논란 끝에 심사 보류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제20회 대한민국아동총회 제주지역대회’ 열린 가운데 제주지역 아동대표 5명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고의숙 교육의원, 제주특별자치도 강인철 복지가족국장에게 결의문을 직접 전달했다. 왼쪽 두 번째가 김세은 의장이다.
지난달 29일 ‘제20회 대한민국아동총회 제주지역대회’ 열린 가운데 제주지역 아동대표 5명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고의숙 교육의원, 제주특별자치도 강인철 복지가족국장에게 결의문을 직접 전달했다. 왼쪽 두 번째가 김세은 의장이다.

먼저 김 의장이 아동총회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아동총회는 아동이 권리의 주체로서 자신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와 정책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아동의, 아동을 위한, 아동에 의한’ 참여의 장이다. 지난 2002년 유엔아동특별총회에 참여한 아동대표들이 귀국 후 아동총회 개최를 요구하며 2004년부터 열려 올해로 20회를 맞이했다.

김 의장의 아동총회 활동 배경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재단)제주종합사회복지관(복지관)과의 인연이 있다.

도남초등학교 학생회장을 맡은 김 의장은 벼룩시장을 통해 마련한 기금을 복지관에 기부하며 재단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신성여중 진학 후 올해 3월부터 복지관에서 아동권리옹호단으로 활동하며 재단 추천으로 아동총회에 참여하게 됐다.

김 의장은 “평소에 남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아동권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슴에 확 와닿는 무언가가 있었다”며 아동권리옹호단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아동총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됐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감회가 새롭다는 김 의장. 지난 6~7월 전국 17개 시·도에서 열린 지역 아동총회에선 743명의 아동이 참여한 가운데 아동대표(10~17세) 100명을 선출했다. 김 의장도 제주 아동총회에서 아동대표 중 1명으로 선출됐다. 이들은 이번 아동총회에서 14명의 의장단을 선출한 후 그중 1명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김 의장은 “아동권리 증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의장에 출마하게 됐고, 그게 잘 전달된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에서 온 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며 미소를 보인 김 의장.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급 임원과 전교 회장, 부회장을 도맡아 학생들을 위해 봉사했던 점, 아동총회 당시 열린 ‘아동권리 골든벨’에서 1등을 하게된 점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아동총회 참석을 위해 제주에서 서울로 혼자서는 처음 올라가며 아버지에게 14명을 선출하는 의장단만 되도 좋을 거 같다고 얘기한 김 의장. 하지만 결국 의장으로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김 의장은 “보람찬 일이고 영예롭기도 하지만 사실 부담도 갖고 있다. 임기 2년 동안 공약에서도 밝혔듯이 의장으로서 제대로된 아동권리 증진에 모범을 보이고 싶다”며 의장 선출 소감을 밝혔다.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는 김세은 의장.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는 김세은 의장.

올해 아동총회 주제는 ‘아동이 성장하기 좋은 세상’이다. 김 의장은 “아동이 하나의 사람으로 인정받고 권리의 주체로 여겨지며 아동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발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세상, 어른들의 생각에만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세상이 아동이 성장하기 좋은 세상”이라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아직은 어른들이 아동을 미성숙하고 시끄러운 존재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많다”며 조금 더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했다.

김 의장은 결의문에서 채택한 노키즈존 철폐 요구 외에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의무 시행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문해력이 중요하고,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판별하는 능력도 필요해서라는 게 김 의장의 설명이다.

김 의장은 수학 강사가 꿈이라고 했다. 수학을 좋아해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교권 하락 관련 보도를 보면서 걱정이 커져 선생님보다는 강사로 자신의 진로를 선회하게 됐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과 어른들로부터 딱 ‘반장감’, ‘모범생’이라는 얘기를 줄곧 들어온 김 의장. 성실함에서 비롯된 평가일 것이다. 이에 더해 김 의장에게는 아동총회 의장에 선출됐듯, 봉사를 향한 열정도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김 의장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참가자들이 결의문을 작성하고 있다.
제20회 대한민국 아동총회 참가자들이 결의문을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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