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풍력서비스협회 이승연이사 
사)풍력서비스협회 이승연이사 

제주에서 풍력발전사업이 시작 된지도 어언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사회에서는 풍력발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 듯하다. 제주의 풍력발전은 지난 1997년 구좌읍 행원리에 600kW 풍력발전기 2기를 처음 설치한 것을 계기로 매년 2∼3기의 발전기를 증설하여 총15기의 풍력단지를 2003년에 완성함으로써 제주에 풍력발전 상용화 보급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당시 발전용량은 총 10MW, 국내 최대 규모였으며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에 성공함으로써 제주도가 풍력발전의 메카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등 관련기업 기관들이 연이어 제주를 찾았고 입지 확보 등 소정의 허가기준을 갖춘 기업들은 곧 바로 사업에 착수하기도 하였다. 공공예산을 투입, 선도적으로 추진한 행원단지의 성공사례가 민간투자 사업으로 확산되는 성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한 세대(世代)가 지나고 있는 지금, 제주의 풍력발전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

기후변화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문제가 글로벌 아젠다가 된 현 상황에서 화석연료를 대체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에 대하여 여기서 재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확산으로 이어지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공급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조화로운 개발과 보존, 이 부분에서 행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제주 전력 100%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이른바 탄소 없는 섬 만들기 프로젝트, “CFI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시행한지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목표 대비 10%대의 저조한 실적에 머물러 실행력 없는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추진 중인 사업들도 민원 문제 등 제반 행정절차에 묶여 더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제주의 풍력발전상용화 성공사례는 강원, 전라, 경상 등 타 지자체 및 국내 발전공기업, 국책 연구기관 등의 벤치마킹 대상이었고 투자 의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은 투자처를 찾아 제주방문에 줄을 이은 적이 있었다. 제주에 민간자본으로 풍력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지역개발 사업들이 그렇듯이 찬반 갈등, 보상 문제, 수익배분 등 여러 형태의 민원과 난제들이 대두 되었다. 발 빠르게 마을 측과 원만한 협의를 이뤄 입지를 확보한 일부 기업들은 수십 MW의 풍력단지를 건설하여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이루어진 사업들이다.

2012년 제주에너지공사가 출범하면서 공공주도의 풍력개발 정책이 시행되었다. 공공성 확보 등이 그 이유이며 이로 인해 민간기업의 직접 투자는 제한적 이였다. 난개발 방지, 주민수용성 제고, 수익 공유화 등의 순기능만을 고려한 공공주도 풍력 개발은 결과적으로 민간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제주도의 CFI 프로젝트 목표 달성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제주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한 참 후발 주자로 풍력개발에 뛰어든 타 시도에서는 한 때 풍력의 메카로 불렸던 제주를 훨씬 앞질러 국내 풍력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연관 지역산업도 동반성장의 길을 가고 있다.

정부는 2012년도부터 제주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으로 제주를 풍력서비스산업 특화지역으로 선정하고 제주 기업들에 대한 관련 프로젝트를 지원한바 있다. 풍력서비스산업이란 풍력산업 중 자원발굴・조사, 단지설계, 기자재설치‧조립, 실증 및 인증, 운전 및 유지 보수, 모니터링 평가, 육해상 엔지니어링 기술기반의 지식산업으로 제주환경에서 최적화 된 풍력서비스 산업생태계를 제주에 구축함으로써 지역산업 진흥에 기여하고 전국무대와 해외로까지 진출하는 길이 열리는 듯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제주 지역기업의 꿈은 아직도 별 진전 없이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 공공주도 개발이라는 한정된 시장 안에서 위축된 제주 풍력개발의 현실 때문이다. 국민에게 전기를 판매해서 얻는 발전사업 수입에서 공유화기금 조성이라는 단편적 수익추구보다 하루라도 빠르게 에너지자립을 위한 친환경에너지 대체와 지역산업 육성을 통한 제주의 에너지경제 성장 기반구축이 더욱 가치 있는 공익적 관리정책이 아닐까?

제주도는 지난 5월, 기존의 “공공주도 풍력개발 1.0”에 이어 “공공주도 2.0” 정책을 새로운 개선안으로 내 놓았다. 기존 1.0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2.0으로 버전 업 할 만큼의 특별한 의미는 없는 듯하다. 다만 입지선정 과정을 공공이 주도하며 민간기업의 참여기회를 확대한 점은 보다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여 진다. 「제주특별법」 제304조 제①항에 “도지사는 제주자치도의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한다” 라고 도지사의 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도의 공공주도 풍력개발 정책 역시 이 법 규정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추자도 해상에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풍력계측기 설치문제가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정작 관리부서는 제주도인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부서인 제주시장만이 그 논란의 중심에서 대응책을 고심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도지사에게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책임을 부여한 것은 풍력단지 입지를 발전사업 수요에 부응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체계적, 효과적으로 발굴 조사하여 발전사업자들에게 투자예측 및 투자편익을 제공함으로써 친환경에너지 대체를 조기 실현하고 관련 지역산업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이 후에 공정 경쟁을 통해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사업기회를 취득하도록 하면 공공성은 충분이 확보될 수 있다. 풍력 뿐 아니라 모든 발전(發電)사업은 국민의 필수재인 전기를 생산 공급하는 사업으로써 사업의 시행 단계에서부터 운영전반에 이르기까지 관련 법령에 따라 공공성이 유지돼야 하고 정부 및 관리기관의 공공적 관리 통제를 받는다.

최근 제주도의 사업 심의를 통과한 한 해상풍력단지 증설사업에 대하여 한 시민단체로부터 도의 공공주도 풍력개발 정책이 후퇴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 사업은 도의 공공주도 개발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 국가공기업 발전회사가 SPC(특수목적 법인)를 설립하여 전국 최초로 제주해상에 건설한 풍력단지이다. 국가공기업 발전회사는 정부가 부여한 재생에너지 생산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사업목적이 수익 창출보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재생에너지 생산 증대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지방 공기업이 주도하면 공공성이 확보되고 민간기업이 주도하면 공공성 후퇴라는 말인가?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이다.

현재 제주도의 공공주도 풍력개발 정책에서도 투자능력이 있는 민간기업이 사업주체가 된다. 지방공기업의 직접투자는 재정력 등의 한계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약 공공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민간기업의 진입을 제한한다면 어떻게 될까? 제주의 바람은 그저 바람에 불과 할 것이다. 정부재정이든 민간자본이든 제주에 지역개발 투자가 일어남으로써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산업이 활력을 찾고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아버리는 우를 범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공공주도 1.0도 정책도 2.0도 정책도 추진절차가 복잡하고 진행과정도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원조사는 공공 또는 공공이 지정한 조사기관이 하고 사업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하면 모든 과정이 투명 공정 할 것이다. 도에서는 공공주도 2.0 정책의 효과적 시행을 위해서도 중장기적 단계별 자원 발굴 조사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법 조항에 부합하는 세부 관리규정을 제정 시행 할 필요가 있다. 추자도 해상에서와 같이 이 규정에서 벗어나는 계측장치 설치로 난개발과 기득권을 주장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원단지 건설당시 부터 그동안 수차례 도정이 바뀌면서도 제주의 풍력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는 듯하다. 그러나 도정이 바뀔 때마다 정책적 구호는 찬란한데 계획 사업들은 왜 순항하지 못하는가. 사업추진을 가로막는 일부 불합리한 민원사항에 대하여도 보다 책임감 있는 행정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CFI 2030” 프로젝트가 당초부터 이루지 못할 선언적 목표였다면 지금이라도 수정 보완하여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거듭 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시행되는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에 한 번 더 기대를 걸어 본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