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김광수 교육감 핵심공약 진단③] 중1 노트북·중고생 교통비·고3 진로지원비 지원

창립 13주년을 맞이한 제주도민일보는 7월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의 핵심공약을 점검하는 창간 기획기사로 제주 도정과 교육행정의 현 주소를 확인하고자 한다.

“노트북 사들이는 것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맞다. 난 아니라고 한 적 없다. 합리적으로 접근해 교육적 효과를 어떻게 누릴 것인가가 중요하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지난해 7월 1일 개최한 취임 기자회견에서 중학교 1학년 노트북 지급 공약을 둘러싼 선심성 공약 비판을 두고 꺼낸 얘기다. 교육적 효과만 있다면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교육감은 △중학교 1학년 노트북 지원과 더불어 선심성 공약으로 꼽히는 △중‧고생 통학교통비 전액 지원 △고3 진로지원비 지원 등의 핵심공약도 ‘학력격차 해소를 위한 개인 맞춤형 교육시스템 구축’이라는 영역에 포진시켰다.

노트북 지원 등에 대한 김 교육감의 소신은 자신감에 차 있지만 선심성 공약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만큼 질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14일 뒤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이남근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 교육감이 포퓰리즘 정책이지만 안고 가겠다고 밝혔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다”며 “노트북과 태블릿PC 지원 1년에 160억원은 소모성 예산이고, 소모성 예산이 될 것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무모한 자신감보다는 신중함이 먼저라는 것이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오른쪽)이 지난 3월 6일 제주중앙중학교를 찾아 1학년 신입생들에게 드림노트북을 전달하고 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오른쪽)이 지난 3월 6일 제주중앙중학교를 찾아 1학년 신입생들에게 드림노트북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3월 제주중앙중 1학년에게 노트북 지급…4년 동안 504억원 예산

김 교육감의 중학생 스마트기기 지원은 1년에 약 120억원, 임기 4년 동안 총 503억8,940만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올해는 119억원의 예산으로 중학교 1학년 입학생 6,841명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다.

올해 3월 6일 제주중앙중학교 1학년 입학생에게 ‘나의 꿈 실현을 위한 디지털 학습 친구’ 드림노트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지급했고, 대여 방식으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6년 동안 사용하게 된다. 가정 및 학교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다양한 자기주도학습과 수업을 통해 디지털 전환시대의 미래세대가 갖춰야 할 디지털 역량 등 자기성장을 위한 다양한 미래설계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활용한다는 게 제주도교육청의 설명이다.

김 교육감은 이날 학생들에게 “드림노트북은 여러분들의 교과서‧노트‧연습장이 되고, 가족들의 앨범이 되고, 영화관‧미술관이 되고, 작곡‧운동‧프로그램도 할 수 있고, 전세계 또래와 대화도 하면서, 노트북에 관해 최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번 드림노트북 지원을 기회로 해서 여러분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노트북을 전하는 김 교육감도, 이를 받아드는 학생들도 모두 환한 웃음을 지었지만, 사업은 첫걸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노트북·태블릿PC 6년이면 1천억…‘전면 재검토’ 촉구 목소리

지난해 7월 25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이남근 의원은 스마트기기 지원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중학교 입학생 노트북, 초등학교 3학년 태블릿PC를 지원하는 사업을 첫 추가경정예산안에 161억원을 편성했다. 1년 단순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내구연한 6년을 감안하면 최소 6년간 1,000억원의 막대한 교육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중기재정계획은 물론 사업계획이나 교육적 활용방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앞서 “모든 의원들이 찬사를 한 제주 어린이도서관(별이 내리는 숲) 건립에 100억원이 사용됐다. 1,000억원이면 10개의 도서관을 지을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박수받을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또 “과연 개개인들에게 스마트기기를 보급하는 게 우리 미래사회 역량을 키워가는 데 어떤 게 더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된다”라며 “사업과 예산을 보고 많은 교육자와 학부모 등을 확인한 결과 학부모들이 원하지 않는다, 노트북을 준다고 학부모들의 표가 돌아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다음날인 26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초등학교 3학년 태블릿PC 지원 예산 42억원을 감액했다. 더불어 초‧중학생 스마트기기 지원사업은 중학생 스마트기기 지원사업으로 하고,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노트북을 제공하되 세부적인 관리방안을 수립해 추진할 것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다.

또한 노트북 지급 이전에 실제 학습을 위한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23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강동우 의원(교육의원, 제주시 동부)은 “학부모들이 노트북을 지원해 아이들 학습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면서도 득도 될 수 있지만 해도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염려하고 있다”며 “학부모님들이 상당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에서는 후속 대책 등의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드림노트북 홍보물.
드림노트북 홍보물.

애물단지 전락 노트북, 성토 이어져…“아이들 집에 노트북 방치”

결국 노트북은 지급됐고,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평가 속에 우려했던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권 의원(더불어 민주당, 제주시 일도1동·이도1동·건입동)은 지난 4월 제주도의회 본회의 교육행정질문을 통해 “김 교육감의 공약으로 중학교 1학년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는데 학부모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아이들이 노트북을 학교에 들고 가지 않고 집에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도대체 왜 노트북을 학교에 가져가지 않나”라고 물으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때 노트북을 쓰지 않는다”고 답을 했다는 게 한 의원의 전언이다. 김 교육감은 이 같은 지적에 “사업 초기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업 시행 전에 이미 학습 프로그램이나 교사 연수 등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게 한 의원의 지적이다.

더군다나 고장 수리의 경우 학생 자부담 20%, 분실 시 100% 책임져야 하는 노트북 수리비도 문제로 드러났다, 한 의원은 “수리비 부담이 되는 가정에선 노트북이 애물단지나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트북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4월 2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도 성명을 발표해 “제주도의회 교육행정 질문 확인 결과 엄청난 예산을 들인 사업이 이토록 준비가 덜 됐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교사 연수는 없었고, 노트북 활용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교육은 의욕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해야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 제주교육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림노트북을 전달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환하게 웃고 있다.
드림노트북을 전달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교육청, 후속 조치 준비 부족…초등학생 태블릿PC 지원 재추진

애물단지 전락 비판에도 제주도교육청은 여전히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의원은 노트북이 학교 수업에서 활용되고 있지 않은 점, 분실·파손으로 인한 부담, 게임 설치 등의 문제에 대한 개선사항을 물었고, 오 부교육감은 “계속 개선하고 있지만 노트북 지원이 급하게 이뤄지면서 교육 일선 현장의 부담이 커 속도 조절을 해야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 의원은 “부담이 아니라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준비가 안됐으니 부담이 되는 것”이라며 “후속조치 자료를 받아봤지만 이렇다 할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노트북을 활용한 수업 관련 교사 연수 계획 등도 확인되지 않고, 속 시원히 해결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와 더불어 초등학생 태블릿PC 지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예산에서 의원들의 질타속에 초등학생 태블릿PC 예산이 감액된 바 있음에도 김 교육감은 지난달 19일 이뤄진 취임 1주년 기념 학부모와의 소통에서 자신의 공약인 만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초등학교 3~6학년 학생 2만6,000명에게 2025년과 2026년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태블릿 PC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노트북과 달리 학교 교실에 배치해 사용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 의원은 이와 관련 “노트북 지원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다”며 “교육감 공약사업이라고 무조건 추진을 고집할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드림노트북 홍보물.
드림노트북 홍보물.

중‧고생 통학교통비 전액 지원…학부모 ‘환영’, 교사는 ‘업무 폭탄’

노트북 지원과 마찬가지로 선심성 공약 중에 하나로 일컬어지는 중‧고생 통학교통비 전액 지원.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월 2023년 원거리 통학 중‧고생 통학교통비 전액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학시간이 20분 이상이거나 통학거리가 1.5km 이상인 경우의 학생에게 시내·외 왕복 교통비를 등교한 일수만큼 보호자 계좌로 분기별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거리별 요금을 적용해 1인당 1일 최소 1700원, 최대 4800원까지 지원하고, 섬 지역(우도, 추자도, 가파도 등) 주소지를 둔 학생의 경우 월 최대 2회 선박운임을 추가 지원한다. 제주 전체 중‧고생은 3만9,037명으로 65%인 2만5,374명이 지원 대상이고, 35%는 근거리 도보학생으로 예상된다.

현경윤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예전 무상급식처럼 통학비 지원도 제주에서 선도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 학부모 반응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실을 검토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으로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 사전에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해 혼란을 줄였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선 교사에게 업무가 집중되며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교사들은 “주객이 전도됐다”며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해 교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진로지원비, 고3 1인당 28만원…형평성 명분 붙인 선심성?

고3 진로지원비도 선심성 공약 논란이 뒤따랐다. 김광수 교육감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도외로 나가는데 학부모 부담을 덜기 위해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은 △고3 학생들의 진로·진학 준비를 위한 개인별 맞춤형 실질적 지원 △진로·진학을 위한 대학 탐방 또는 논술·면접 등 입시를 위한 여비 지원 △다양한 진로 탐색을 위한 체험활동비 지원 등을 목적 및 필요성으로 밝혔고, 도내 30개교 고3 모두에게 1인당 28만원의 여비를 1회 정액분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학생, 학부모에게 안내 후 학부모의 계좌로 입금했다. 지난해에는 6,316명에게 28만원씩 17억6,840만원을 집행했고, 매해 비슷한 예산으로 2026년까지 88억1,692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25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강동우 의원은 “고3 전체 학생들에게 형평성이라는 명분을 붙여 진로·진학과 관계없이 1인당 28만원이라는 여비를 지급하는 것이 진짜 진로·진학에 필요해서인지 아니면 선심성인지”라고 물으며 “사업은 참 좋지만 방법상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제주도교육청 전경.
제주도교육청 전경.

결국 도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신중한 접근 필요

김 교육감의 핵심공약 10개를 집행하기 위한 예산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3,595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예산에는 대표적 선심성 공약인 중학교 1학년 노트북 지원부터 중‧고생 통학교통비 전액 지원, 고3 진로지원비 지원도 포함돼 있다. 자료를 공개한 강 의원은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위해서도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의숙 의원(교육의원, 제주시 중부)도 “우리가 한 번 정책 결정을 하게 되고 예산 투입을 하게 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집행기관이라든가 입법기관에서는 상당히 신중하게 이 부분에 접근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 이래도 될까 하는 걱정이 정말 앞선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이에 더해 처리 과정이 비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자괴감이 들 정도”라며 유감을 표했다.

제주도의원들은 도민이 낸 거액의 세금이 선심성 공약 예산에 쓰이는데 김 교육감의 임기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점과 막대한 예산을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둘러 책정한 점을 지적하며 한목소리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더불어 교육계 관계자들도 노트북 지급 등이 졸속적으로 추진된 점을 경계했다. 특히 노트북 지급의 경우 이미 보급한 태블릿PC를 활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고, 제대로 준비된 사업이었다면 이미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구성된 상태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심성 공약 여부를 떠나 교육 현장에서 사용도 되지 않는 노트북으로 교사 업무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교육의원 시절인 지난 2016년 2월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연설 중이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교육의원 시절인 지난 2016년 2월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연설 중이다.

또한 김 교육감의 선심성 공약을 도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자신의 입지를 드러내며 재선을 위한 토대를 쌓는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시각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은 맞지만 중요한 건 교육적 효과라고 강조한 김 교육감의 공약들이 교육적 효과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내허외식(內虛外飾)이라는 말이 있다. ‘속은 비고 겉치레만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김 교육감은 교육의원 시절인 지난 2016년 2월 16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이석문 전 교육감과 그의 정책을 향해 “포퓰리즘과 내허외식의 교육복지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깔린 인기영합과 겉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실속 없이 교육재정 압박이 가중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더불어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라 하더라도 교단에서 실현되지 못하면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라는 말도 보탰다. 이미 오래 전 이 전 교육감을 향해 김 교육감이 한 말을 곱씹어보면 김 교육감표 교육행정의 해법을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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