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김광수 교육감 핵심공약 진단②] 학력 진단 및 맞춤형 연계 교육 강화

창립 13주년을 맞이한 제주도민일보는 7월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의 핵심공약을 점검하는 창간 기획기사로 제주 도정과 교육행정의 현 주소를 확인하고자 한다.

“학력을 높이는 것은 모든 학부모들의 바람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다. 전수조사를 통해 학력을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고 학력의 격차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 일부에서 우려를 하는 개인의 학력 순위를 공개하거나 학교별로 성적으로 공개해 서열화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의 취임 일성이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7월 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소통과 학력 신장을 중심에 두고 제주교육을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거기간 학력 증진을 강조했던 만큼 ‘학력 진단 및 맞춤형 연계 교육 강화’를 핵심과제로 설정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19일 본청 대회의실에서 김광수 교육감 취임 1주년 ‘교육공동체(학부모)와의 열린 소통’을 개최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19일 본청 대회의실에서 김광수 교육감 취임 1주년 ‘교육공동체(학부모)와의 열린 소통’을 개최했다.

교육부 학업성취도 평가 발맞춘 전수조사…2024년 초3부터 고2까지 전면 확대

취임 초기 핵심공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교육청이 밝힌 ‘학력 진단 및 맞춤형 연계 교육 강화’의 목적은 △체계적 학력 진단을 통한 학습부족 원인 파악 및 맞춤형 지원으로 기초학력 보장 △학업성취도 평가 및 성취 수준에 따른 맞춤형 지원으로 제주 학생의 학력 향상이다.

주요 사업은 △체계적 학력 진단 체제 구축 및 실시 △진단검사 결과에 따른 학생 맞춤형 학력향상 프로그램 지원 강화 △기초학력 향상 지원을 위한 기초학력지원센터 및 학습종합클리닉 센터 구축‧운영 △학교-가정-지역사회 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통합적 지원 강화 등이다.

핵심은 김 교육감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전수조사로,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 확대다. 2022년에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평가에 자율적으로 108개 학교(57.1%)가 참여했다. 2023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2학년으로 평가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2024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올해 3월 학력 향상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제주도교육청 본청에 기초학력지원센터, 제주시와 서귀포시 교육지원청에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설치한 것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다만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부 주관으로 개발해 지난해 시범 운영을 거쳐 희망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8월 22일 ‘학업성취도 평가 학교관리자 설명회’에서 교육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자신의 핵심 공약인 ‘학력 진단 및 맞춤형 연계 교육 강화’를 위한 전수평가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2017년 폐지된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김 교육감이 이에 발맞춰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전수평가 부활을 공식화하며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2월 발표한 학력향상종합계획.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2월 발표한 학력향상종합계획.

취임부터 터진 일제고사 부활 논란…“청소년기 시험의 노예로”

학생들의 학력 증진에 대해 반대할 학부모는 없다. 문제는 방식이다. 김 교육감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전수조사 방식’은 일제고사 부활의 신호탄으로 인식됐다. 전국에서 동시에 모든 학교에서 치러지던 일제고사는 줄세우기식 평가와 과열 경쟁, 사교육 논란으로 1998년 폐지된 바 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전수평가 방식의 일제고사를 부활시켰으나, 2017년 문재인 정부는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며 다시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 인수위원회는 지난해 7월 7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대상 중간·기말고사를 2023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인수위는 “학력진단 폐지 후 기초학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말과 함께 ‘성적 줄세우기’가 아닌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대책이라고 강조했지만 교사단체는 강력 성토에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성명을 통해 “사실상 초등 일제고사 부활의 전조”라며 “교육감이 바뀌자마자 또다시 과거의 일제고사식 평가를 들고나온 점에서 과연 교육적 가치를 고민한 것인지 의문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것을 목표로 했던 지난 몇 년 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어 “기초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진단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진단 위주의 중간·기말고사 부활 발표를 철회하고 온전한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안에 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교사노조도 성명을 발표해 “일제식 시험은 피드백의 기능이 아닌 줄세우기와 결과 중심의 평가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하고 결국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인기에 영합하여 일부 학부모가 원한다는 이유로 일제 평가를 도입한다면 이는 엄청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제주교사노조는 “창의와 능력 개발로 가득해야 할 청소년기는 단지 시험의 노예가 돼 흘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이런 교육을 초등학교까지 적용하자는 말은 이제 제주도교육감이 교육을 포기한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초등 아이들의 꿈과 인성을 짓밟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부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일제고사 부활로 인한 초등 교육의 파탄에 대해 김광수 교육감은 명백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임을 밝혀 둔다”고 밝혔다.

전수평가에 대한 우려는 비단 교육단체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제주도교육청의 한 기관장도 지난해 7월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질의 과정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전수평가를 하는 가장 큰 위험은 본래 의미를 상실하고 학교 간 그리고 개인 간 서열화 그리고 차별과 경쟁 조장 우려 때문에 그동안 지양됐던 것”이라며 “그것보다는 이제 학생들이 정서적인 공부, 상처의 치유, 자신감 향상, 효능감 향상 등을 통해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학력을 향상시키는 길이 맞다고 평가됐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 전경.
제주도교육청 전경.

“새로울 게 없는 김광수표 학력 향상”…교사에 충분한 시간 확보 필요

일제고사 논란 속에 몰매를 맞은 김광수 교육감표 핵심공약. 하지만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김 교육감의 정책이 새로운 게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고의숙 의원(교육의원, 제주시 중부)은 지난해 7월 15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기초학력 보장법과 시행령이 발표된 가운데 기존에 해왔던 것들을 다시 하는 게 아니라 학력 증진을 공약으로 내건 교육감의 공약이 정책에 얼마나 반영됐냐”며 “공약은 있되 정책은 없다”고 평가했다.

고 의원은 “지난해 3월 기초학력 보장법이 시행됐지만 새로운 관점의 기초학력 진단과 지원에 대한 내용이 지금 업무보고 자료에는 하나도 없다”며 “기초학력 보장법의 취지와 교육부의 전반적인 방향조차도 담겨져 있지 않으면서 학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하는 교육청의 방향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광수 교육감만의 특별함이 안 보인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제주도교육청도 다소 수긍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순문 부교육감은 지난해 11월 23일 이뤄진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 질의 과정에서 “사실은 저희들 여러 가지 기초학력 향상 내지 학력 향상 이런 부분에 있어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갖추지 못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조직개편에서 인력을 더 충원해 2023년 상반기에는 어느 정도 좀 더 세밀한 마스터플랜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의원들의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에 따른 학습성취도 평가지 제주도교육청이 별도로 만든 평가가 아니다”라며 “기존에 하던 기초학력 진단평가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학력 신장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력 격차도 심해졌고, 학력 수준도 낮아졌다”며 “이걸 끌어올리려면 제대로 준비해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진다. 최소한 학력 향상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정립해서 학생과 학부모, 교육계가 함께 출발선에 같이 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학력 증진에서 사실 제일 중요한 건 교사의 역할”이라며 “교사가 양질의 수업을 준비하며서도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상담해 문제를 파악하고 가정과 연계가 필요하면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학력 증진이나 맞춤형 교육을 절실하게 원한다면 교사에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에게 물음표를 안긴 제주 학력.
제주도의회 의원들에게 물음표를 안긴 제주 학력.

학력 향상, 포장지 벗겨내고 내실화 필요

김 교육감은 올해 초 “2023년에는 학력 향상을 1순위에 두고 교육행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2월 학력향상종합계획을 발표하며 “2023년을 제주교육 학력 향상의 해로 삼아 올바른 인성의 바탕 위에 학력을 제대로 갖춰 생각하는 힘을 지닌 제주 학생들을 육성하겠다.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의 의견을 모니터링 하면서 학력 향상 정책 개발 및 맞춤형 프로그램에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종합계획에는 ‘제주학력’이라는 개념이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이후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의원들은 제주학력이라는 개념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했고,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장시간 열심히 설명했지만 의원들에겐 다소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강동우 의원(교육의원, 제주시 동부)은 “교육계에 다년간 못 담았지만 이런 용어를 처음 들어본다.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주학력이 특별함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개념으로 해석된 것이다. 김 교육감이 학력 향상을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교육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 새로울 게 없다는 의원들이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교육감은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을 자주 밝혔다. 이는 학력 저하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가 김 교육감의 당선에도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엄중하다면 취임 1주년이 된 시점은 제주학력 같은 포장지는 벗겨내도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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