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30 제주들불축제’ 반쪽행사 전락
2년 연속 ‘산불 변수’로 불 없는 축제
들불축제 개최 시기 및 프로그램 조정 불가피

제주화합 전도 풍물대행진
제주화합 전도 풍물대행진

4년 만에 대면축제로 열린 ‘2023 제주들불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火)’이 없는 행사로 열려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선 “불 빼버리면 그게 들불축제냐”는 지적이다.

제주들불축제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개최돼 막이 내렸다.

들불축제는 목축업이 성행했던 제주의 중산간 마을에서 오래전부터 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고자 마을별로 늦겨울에서 이른봄 사이에 들판을 놓는 ‘방애’란 풍습에서 기인한 것으로, 1997년 첫 개최돼 매년 열리며 새별오름을 따라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장관을 보기 위해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 명실공히 제주의 대표 축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4년 만에 열린 대면축제와 무색하게 이번 축제는 정부의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에 따라 제주시가 불 관련 모든 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을 내려,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오름 불 넣기’ 등 메인행사가 빠지며 명칭 및 행사 정체성마저 상실되고 있다.

'2023 제주들불축제' 듬돌들기
'2023 제주들불축제' 듬돌들기

과거 정월대보름 전후 열렸던 들불축제는 강풍과 추위, 눈과 비 날씨로 오름불넣기를 연기하는가 하면, 궂은 날씨에 축제일정을 축소하는 등 날씨 변수가 됐다. 이를 개선키 위해 정월대보름 기간에 개최되던 일정을 새봄이 움트는 경칩을 맞는 날이 속한 주말을 개최기간을 옮기고 명칭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2013년 제16회부터 변경해 개최해 오고 있다. 이어 2015년부터는 축제 일정도 기존 3일에서 4일로 하루 더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이어 ‘산불’ 변수로 올해까지 4년간 제대로 된 행사를 치르지 못하며 행정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또 다시 들불축제 개최 시기 조정 등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더 나아가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오름불놓기 프로그램을 없애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각종 변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 제주들불축제가 끝난 후 축제평가위원회에서 평가를 진행할 때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한다.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뛰어넘고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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