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46% 인상…수년간 주말 휴무중
학생들 도시락·편의점 비싼 외부음식점 이용
학교 “매년 1억대 적자…주5일근무제 때문”

[대학가는 지금]대학생들을 괴롭히는 것은 ‘등록금’만이 아니다. 요동치는 물가에 학생식당 음식 가격마저 오르고, 주말엔 문 조차 굳게 잠겨있다. 학생들은 대학 캠퍼스내에서 밥먹기도 마땅치 않다.

▲ 8일 낮 12시 토요일 제주대학교내 학생식당 식권판매소를 한 여학생이 지나고 있다. 사진/조성익 기자 ddung@

[제주도민일보 오경희, 김동은 기자] 지난 8일 낮 12시 제주대학교 정문 식당가. 도서관에서 공부중이던 원우연씨(21·에너지공학과)는 점심을 먹기 위해 15분을 걸어 학교 정문 앞 한 식당을 찾았다.

평소엔 비교적 밥값이 저렴한 학생식당을 이용한다는 원씨. 그런 그가 비싼 밥값에도 정문 식당가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이유는 휴일엔 학생식당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씨는 “주말엔 학생식당이 문을 닫아서 학생들 대개 학교 정문이나 후문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밥값이 비싸서 매일 이용하지도 못하고, 멀리 걸어가야 해서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 밖 밥값이 부담돼 고미영씨(21·여·관광경영과)는 편의점에서 2000원짜리 도시락을 구매한 뒤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간 대학 학생회관내 학생 식당 앞을 지나는 홍지희씨(20·여·생물학과)는 “휴일엔 아예 도시락을 싸고 다닌다”고 했다.

학생식당과 학교 밖 밥값은 최대 2배. 학생식당 음식 가격은 △라면 1200원 △정식 1900원 △중식 2000원 △양식 2500원으로 평균 2000원 선이다. 반면 학교 정문 식당가 음식 가격은 평균 5~6000원대다.

김봉수(24·무역학과)·정대환씨(24·사회학과)는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학생들 입장에선 저렴한 식당을 찾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주말에도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운영할 이유가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에선 학생식당 재정난과 주5일근무제에 따른 인력 운영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제주대 소비조합은 학생식당과 한라홀·아라홀·종합매점 등과 교내에 배치된 자판기 등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소비조합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외부 업체의 가격횡포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업 수익금은 학내 구성원들의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장학기금 마련 등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식당 운영으로 매해 1억원대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 제주대는 이를 학내 자판기 및 매점 임대 수익 등으로 메우고 있다. 적자는 학생식당 음식값 인상의 요인이기도 하다. 학생 식당 음식 가격은 지난 2001년 정식 기준 1300원에서 10년새 46%가 올랐다. 올해 2월에도 종전 대비 200~500원이 인상됐다.

제주대 학생복지과 관계자는 “5~6년전만해도 토요일 점심시간까지 운영을 했으나 이용자가 없어서 중단됐다”며 “지난해에도 1억3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해 음식값을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휴일에 운영을 한다면 손실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또, 주5일 근무제 운영에 따른 인건비도 문제”라고 밝혔다.

돌파구는 없을까. 타대학인 경우 소비조합이 아닌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활성화로 학생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 제주대 역시 교과부로부터 지난 2005년 생협전환 권고를 받았으나 잠정 중단됐다가 현재 재추진중에 있다.

총장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소비조합과 달리 생협은 대학생활의 직접 당사자인 구성원 스스로가 조직한 협동조합이다. 즉 스스로가 출자자이면서 운영자이고 소비자가 된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참여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모든 대학 구성원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공동으로 학내 식당 및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수익금은 학내 복지활동에 모두 사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지향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학생·교직원들이 1만원 출자금으로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13개의 식당을 비롯한 매점·서점·문구점 등 대학 생활에 필요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생협을 하는 경우 공동구매를 통해 한 대학에서 단독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싼 가격에 식자재 및 공산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대학 구성원 스스로가 운영자이자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비를 활성화, 재정난 개선에도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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