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흥 <제동초 학부모>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8일 제주도교육청 공고(제2010-94호)를 통해 ‘외국인학교 벤틀리 스쿨 아시아 설립계획 승인 취소’를 공시했다.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로 ‘학교설립인가 연기 신청 미이행, 학교설립인가신청서 미제출’ 등을 적시하고 있다. 앞서 교육청은 5월 7일 공고(제2010-71호)를 통해 외국인학교 “벤틀리 스쿨 아시아의 설립계획 승인을 취소하기에 앞서 당사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문서를 발송하였으나 수취인 부재로 송달이 불가능하여”라는 이유를 들어 공시의 취지를 제기하고 있다. 

알다시피 벤틀리 사안은 6·2 지방선거 기간을 전후하여 일련의 과정들이 진행됐다. 지난달 7일은 참교육학부모회 등 제주 28개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개최, ‘양성언 제주교육감 무능·부패 3선 도전 반대’ 입장을 피력한 날이었다.

당선 직후인 지난 4일은 ‘양성언 제주도 교육감, 저를 선출해준 것 제주교육 국제수준 육성 도민 뜻’이라며 한 통신사와 3연임의 감회와 포부를 밝힌 날이었다. ‘오비이락’치고는 너무나 절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그럼 벤틀리는 이대로 교육청과 완전히 절연한 것인가. 벤틀리는 여전히 티저사이트(www.bentleyasia.org)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냉정하게 교육청과 벤틀리 간 ‘손익’을 추계하여 보면 교육청은 벤틀리와 사업을 진행하면서 2007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략 26개월 동안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

이에 비해 벤틀리가 어떠한 유·무형의 이익을 취하였는지는 모호하다. 또한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기관과 사익을 지향하는 기업이 상호 조건이 불일치로 위약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한 사례에 속하여 벤틀리에게 파행의 도덕적 책무를 추궁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이번 벤틀리 사안은 ‘자본과 노동력이 국경의 장벽을 초월하여 경쟁 우선, 효율 최선의 구호 아래 ‘투자 만능’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이념 신봉이 자초한 교육청의 철학 부재이며 정책 실패이다. 이번 ‘벤틀리’ 승인 취소 사태를 지켜보면서 동서고금의 ‘말’들이 떠오른다. “우물쭈물 살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인 G, 버나드쇼의 묘비에 적혀있는 문구와 장자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닌 꿈으로, 현실과 꿈의 구별이 안 되는 것을 말하는 ‘胡蝶之夢’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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