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대면 온라인' 제주들불축제가 보여준 가능성
기존의 먹고 놀자판→킬링콘텐츠 살리고 문화예술 '선택·집중'
산천어 가공식품 완판 신화…제주 농수산물 온라인 2억원 판매

2021 제주 새별오름 불놓기 행사.
2021 제주 새별오름 불놓기 행사.

 

1년 넘게 지속돼온 코로나19 시국에 지역축제는 그야말로 암흑기다.

제주 역시 지난해 들불축제 취소를 시작으로 유채꽃 축제 취소와 유채밭 갈아엎기, 왕벚꽃축제 취소, 방어축제 취소 등 줄줄이 축제 취소를 겪어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제주시에서 "2021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비대면 온라인과 드라이브인, 그리고 참가인원 제한 및 사전예약제로 진행하며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활동 영역이 움츠러들었던 도민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축제 강행 발표 이후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았고 이에 제주시는 결국 오름불놓기 행사와 묘목 나눠주기만을 진행하는 것으로 다시금 궤도를 수정했다.

20년을 넘게 진행돼온 들불축제였던 만큼, 성공 여부에 관해서는 우려가 많았다. 본 기자의 머리속에 들불축제는 공무원 동원, 먹고 놀자판, 판치는 노점상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나 강했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진행된 오름불놓기 행사는 그간 진행돼왔던 들불축제와는 또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현장에서 지켜보려 했으나 집에 급한일이 생겨서 결국 제주시청 공식 유튜브를 통해 지켜본 오름 불놓기. 기타행사를 없애고 사전에 녹화한 문화예술행사와 더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축제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단, 실감콘텐츠를 도입해 태평무와 연계시켜 최고 수준의 영상을 제공하겠다던 제주시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영상미는 기대 이하의 실망 그 자체였다.

또한 들불축제 기간 진행된 네이버와 11번가를 통한 온라인 농수산물 판촉행사는 제주 천혜향 등 감귤류, 세척당근, 무 등 농산물 9080건·2억1300만원, 은갈치, 광어어묵 등 수산물 164건·500만원 상당을 판매했다고 한다.

새로운 형식으로 지역 예술계와 1차 산업계에 도움이 되는, 그리고 '오름불놓기'라는 킬링콘텐츠를 살린 말 그대로 새로운 들불축제였던 셈이다.

최근 화천 산천어축제와 관련된 기사를 봤다. 축제가 취소된 대신 기 준비했던 산천어 77t 가운에 66t을 통조림 등 가공식품으로 생산해 온라인 상에 선보였고 나흘만에 전량 판매하는 '완판 신화'를 거뒀다는 것이다.

또한 나머지 11t에 대해서도 곧 가공식품으로 생산해 판매에 나설 예정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코로나19 시국이 가져온 지역축제의 '비대면 온란인' 전환, 기존의 먹고 마시는 놀자판의 축제가 아닌 킬링콘텐츠로 승부하고 문화예술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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