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선 대중성 없다 외면 12만평 긴 잠
공원측 “올해말까지 영업 아이템 개발에 총력”
일부선“제주선 예술관광 승산없나” 아쉬움도

‘자연과 예술과 인간이 만난다’는 덕수리 제주조각공원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제주관광에서 순수문화예술상품이 설 자리가 없는 세태가 반영됐다는 아쉬움도 들린다. 문정임 기자

▲ 지난 4일 덕수리 제주조각공원 방문당시, 매표소에 직원이 있어 출입은 가능했지만, 매점이나 식당 등의 내부 건물이 모두 폐업상태였다. 문정임 기자
[제주도민일보 문정임 기자] ‘자연과 예술과 인간이 만난다’는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제주조각공원이 ‘긴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방문시, 화창한 일요일 오전임에도 주차장은 비고, 원두막과 매점·식당은 모두 폐업상태였다. 다행히 매표소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출입이 가능했다.

실내 전시장에는 제주조각공원이 개원(1987) 당시부터 10년이상 지원한 서울현대조각공모전 대상작이 진열돼 있었다. 전시장은 주변 정리가 되지 않아 빛바랜 제주조각공원의 영광을 대신 전하는 듯 했다.

공원(41만3000여㎡)에는 160점이 넘는 조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재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박충흠의 작품을 비롯해 이용덕·심완식·옥현숙·임동락·정대현·조승환 등 국내 유명 조각가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2㎞ 남짓 꾸며진 산책길과 연못의 청둥오리도 여전했다. 그러나 제주조각공원은 영업에 손을 놓은 지 3년이 넘어간다. 한때는 전국의 신혼부부들이 제주로 오고 제주로 온 부부들이 한번은 꼭 들렀다는 제주조각공원이 화려한 시절을 뒤로하고 정체기에 들어선 셈이다. 

㈜제주조각공원 윤수찬 전무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관광지 난립과 문화관광에 대한 허약한 인식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1987년 개원 당시만해도 제주로 온 이들이 의레 들르는 곳이 제주조각공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40여곳이던 관광지가 250여개로 급격히 늘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상업관광지로 쏠렸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자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순수문화관광지보다 재미와 자극이 있는 곳으로 편중화가 시작됐다. 윤 전무는 “아무래도 관광상품으로서 문화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약한 것 같다”며 “여행사에서도 순수문화상품은 대중성이 없다고 외면한다”고 말했다. 조각공원 부지가 덕수리 마을회 소유라는 점도 시설투자에서 어려움으로 작용, 회생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이유중 하나다.

이에 ㈜제주조각공원측도 회생안 마련에 분투하고 있다. 공원 측은 올해말까지 재개발 계획을 완성하고 향후 리모델링 등 시설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어떤 기능을 갖춰야 관광객 발길잡기가 성공할 지, 방향과 실현 가능성 등을 점치는 작업이 현재 진행중이다. 윤 전무는 “지금은 조각공원의 새 방향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기초조사가 끝나고 덕수리 마을측과 상의해 새로운 영업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조각공원이 어떤 상업의 옷을 입게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조각공원의 현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주에서는 예술관광이 정녕 승산이 없는 것’인지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편에서는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순수문화예술만을 연결한 관광상품을 만나고 싶다”는 아우성이 있는 반면, 관광계에서는 “매우 드문 욕구”라며 절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자극적인 상품과 덤핑판매가 많은 제주관광업계에서는 순수예술문화상품이 이문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람들의 관광욕구와 여행업계의 영업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문정임 기자 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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