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의 오랜 대립은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보다 화합과 상생의 가치를 중시해 온 제주 지역사회에게는 큰 아픔이었고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찬반 양측의 수많은 토론과 회의를 통해 지난 2020년 12월 11일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원희룡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좌남수의 명의로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내면서 도민 여론을 묻는 여론 조사가 결정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에 이른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 여론 조사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정, 그리고 언론과 선관위 등이 합심하여 이루어낸 최초의 모범사례이며, 이로써 여야 정당의 당론을 떠나 정책결정에 있어 순수하게 도민결정권을 행사해 나가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이번 여론 조사를 공정하게 진행시키기 위한 관리자로서의 엄중한 책임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주도의회 특정 정당은 2월 3일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도의원 등이 참석하는 긴급 확대 당직자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실시되는 제2공항 여론조사에 대해 찬성 입장을 당론으로 의결하고,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에 대한 찬성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시하기로 하였다. 더 나아가 다른 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만약 제2공항이 좌초된다면 국책사업을 여론조사로 좌초시킨 당이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힘겹게 이루어 낸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게 된 여론조사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도민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하는 여론 조사를 또다시 정쟁으로 몰아넣었다.

정당은 당론을 정할 수 있고 발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갈등 속에서 공정하게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장의 합의로 결정되었다. 따라서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는 오랜 갈등 끝에 성사된 제주도민 여론조사가 공정하게 진행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다.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에서 ‘도민의견수렴 후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록 도민의견수렴 후라고 특정하고 있으나,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이나 찬성하는 이들과는 다른 위치에서 이번 여론 조사가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공정하고 자유롭게 도민의 의견을 듣는 소중한 자리가 되어, 이제까지의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상생과 화합의 장을 열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우선적인 의무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오랜 지역 사회의 갈등해소를 위해 어렵게 합의에 이른 이번 여론조사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여론조사에 의뢰기관으로 협력하는 9개 언론사 등도 언론사의 의견이나 특정 기자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도민들이 스스로 주어진 환경에 대한 판단과 제공된 정보를 가지고 자유롭게 판단하도록 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천주교 제주교구도 도민 여론 조사가 결정된 이후로 천주교회의 환경에 대한 가르침과 교회의 방침을 교구 차원에서 신자들에게 강조하고 전달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 공동체와 제주도민들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 특정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신자들이 제2공항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온전히 자유로운 의지의 결단으로 소신에 따라 여론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줄 것을 당부해 왔다. 이는 오랜 갈등 속에 어렵게 성사된 여론조사가 자유롭고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 지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모든 이들이 갈등의 해소와 제주의 먼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도의회의 구성원인 특정 정당의 의원들이 ‘찬성’을 당론으로 정하고 만약 제2공항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여론조사를 하도록 하여 제2공항을 좌초시킨 당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협박한 것은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문을 이미 여론조사 전부터 지키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더구나 특정 정당 소속 의원들이 2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찬성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한 것은, 제주도민의 평화와 자유를 위하여 ‘속섬할 때’와 ‘고를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제2공항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들어 결정하게 된 그간의 오랜 노력을 다시 진흙탕의 정쟁으로 몰아넣는 후안무치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오랜 노력 끝에 어렵게 성사되었고, 민주주의의 일번지라 자부하는 제주도 도민의 순수한 여론이 정책에 반영되는 민주정치의 새로운 장이 되어야 하는 중요한 여론조사를 하나의 정쟁으로 타락시키지 말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하게 권고한다.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제2공항이 제주도민의 삶에 가져올 다양한 측면의 빛과 어두움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제주 제2공항을 제주 자연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 제2공항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제주 지역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제주 제2공항 건설이 가져올 단기적 경제적 이익이나 손실, 그리고 제2공항의 유지가 가져올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이나 손실에 대해서도 어떠한 억압도 없이 자유로운 의견이 제시되고 발표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결정적으로 제2공항과 관련하여 제주도민은 각자 개인이 자신의 행복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면밀히 고려하여 자유롭게 판단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온전한 자유의지에 따라 어떠한 강압도 없이 자유롭게 여론조사에 임하여 ‘찬성’과 ‘반대’를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따라서 제주도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제주도민의 높은 정치적 수준을 무시한 채,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를 정당에 대한 선호로 환치시키려는 시대착오적이고 구태의연한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제2공항 제주도민 여론 조사가 절대로 일방적인 정치적 권위에 의해 제주도민에게 ‘찬성’ 혹은 ‘반대’로 강제되어서는 안 됨을 강력하게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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