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이강서 신부 등 해군기지 공사현장 매일 미사 집전
경찰병력 현장 에워싸 “공권력 과잉 남용 인권 침해” 비판

▲ 강정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 앞에서는 매일 평화기원 미사가 집전되고 있다. <이정원 기자>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지난 24일 강정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주민·활동가들이 줄줄이 경찰에 연행됐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27일부터 공사현장 정문 앞에서는 매일 오전 11시 ‘생명평화미사’가 집전되고 있다. 지난 25일 경찰에 연행된 문정현 신부는 석방되자마자 정문 앞 천막에서 미사를 시작했다.

문정현 신부는 “연행된 뒤 구치소에 있는 강 회장 등과 함께 있겠다고 경찰에 요구했는데 결국 나만 석방됐다”며 “내가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주민들이 잡히고, 공권력 폭력의 흔적이 가득한 현장에서 미사를 집전해야 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11시. 정문 앞 천막에서는 역시 미사가 집전됐다.

문정현·이강서 신부를 포함한 사제 4명이 집전한 미사에 약 30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인 이강서 신부는 용산참사 사건에도 적극 나선 바 있다. 신자 중에는 신혼여행을 위해 강정마을을 찾은 부부도 있었다.

천막 주위를 둘러싼 사복·전투경찰 20여명이 눈에 띠었다. 약 10명씩 나눠진 경찰은 해군기지 공사 정문과 정문 진입로를 막았다.

▲ 문정현, 이강서 신부 등 사제 4명이 강정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 앞에서 평화기원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정원 기자>
미사가 열리는 천막이 경찰에 포위된 형국이었다. 일반인은 도저히 천막에 들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삼엄한 풍경이 연출됐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날씨임에도 더위를 식혀줄 선풍기는 돌아가지 않았다. 전날 해군이 전기를 끊은 탓이었다. 이강서 신부는 “전날 저녁에 미사를 집전했는데, 해군이 공사현장의 전기를 쓰고 있다며 5분후 전기를 끊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일반적으로 단전·단수는 한전 등 공공기관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군이 공권력을 과잉집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강서 신부는 미사가 끝날 무렵 신자들을 향해 “천막에 내리쬐는 햇빛을 막기위해 그늘막을 치려했지만 경찰은 천막 외에 시설물 보강은 안된다며 저지했다”며 “경찰은 미사 참석자들이 일사병이 생기든, 어떤 위해가 생기든 상관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강서 신부는 또 “전날 저녁 미사를 집전하는 현장에는 사복경찰 20~30명과 전경 60여명이 주둔했다”며 “경찰은 강정마을의 평화를 도모하는 미사마저도 위협요소를 내재한 불법 농성으로 간주했다. 주민들을 고립·차단 몰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신부는 “해군과 경찰 등이 공권력을 남용하면서 주민들의 기본인권은 침해되고 있다”며 “이것이 군인들이 가진 인권의식의 척도다. 그들은 주민들을 국민이 아닌, 사유재산을 점유해 불법집회를 하는 일당으로만 보고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미사에는 ‘간토 코리안 제노사이드 국제학술토론회’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은 1923간토한일재일시민연대(공동대표 박종렬·서광일·김종수·이하 1923시민연대) 관계자들도 방문했다.

토론회는 지난 28일 1923시민연대를 비롯해 한국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노회장 이정훈 목사), 생명선교연대(대표 김창규) 공동주최로 4·3평화공원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에 자행된 조선인 학살사건이 공유됐다. 이를 기반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집단학살 현실과 책임 등이 논의됐다.

▲ 강정에서 진행되는 미사현장을 경찰이 포위하고 있다. <이정원 기자>
일본에서 온 1923시민연대 관계자 10여명은 미사를 집전한 문정현 신부와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문정현 신부는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와 바다는 대한민국의 보석이다. 절대로 해군기지가 돼선 안되는 곳”이라며 “아시아인들이 연대해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수 대표는 “학술토론회 참석 후 제주4·3유적지를 둘러보던 차에 강정마을을 방문했다”며 “아직 일본에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참석자들이 이번 기회에 해군기지 상황을 잘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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