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오늘은…구두수선공 이창호씨

산호목걸이 만들다 중국산 수입품에 밀려 수선집 시작
대충 고치면 당장은 편하도 그 손님은 다시 찾지 않아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산호목걸이를 비롯해 악세사리·기념품 등을 만드는 일을 했던 이창호씨(50)는 외환위기 무렵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밀려오면서 인건비도 못건지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요즘 제주에서 판매되는 산호 기념품이 대부분 중국산인 이유다.

▲ 이창호씨
할일을 찾던 이씨는 구두수선집으로 눈을 돌렸다. 손기술 만은 자신 있었고, 별다른 자본 없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두수선 기술을 배울수 있는 곳이 딱히 없어 이씨는 발로뛰며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무 수선집이나 찾아가 옆에서 일하시는 거 보다가 손님 오면 밖에 나가 기다렸죠. 대부분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손님 1명 정도밖에 못들어 가거든요. 그러다 손님 나가면 다시 들어가서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배웠어요”

이씨는 한집에만 계속가면 피해를 줄까봐 여러 수선집을 돌아다녔다. 밤에는 집에서 자신의 구두로 실습도 했다. 그렇게 4~5개월간 곁눈질로 기술을 익힌 뒤 법원 근처에서 구두수선집을 시작했다.

당시 법원 인근은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공터가 많았다. 한켠에서 구두수선집을 하다가 건물이 들어서면 자리를 옮겨가면서 15년째 법원 앞에서 수선집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실수로 구두를 망가뜨리거나, 신발을 잘못 내줘 신발값을 물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가게가 골목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눈에 잘 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골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대충대충 고치면 순간은 일하기 편하겠지만 그 손님이 다시 찾아오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서 항상 꼼꼼하게 고쳤고, 자연스럽게 단골도 생겼죠. 서귀포시에 사는 손님도 제주시에 올일이 있으면 들렸다 가는 경우도 있어요”

가격이 싼 신발의 수선비를 저렴하게 받는 것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처음 수선집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손님 연령대를 보면 대부분 50대 이상이에요. 젊은 사람들은 고쳐 신기보다는 새로 사 신는 것을 택하죠. 중국산 저가 신발이 넘쳐나니 그럴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이일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죠. 구두수선공이라는 직업도 언젠가 사라질 것 같아요”

그래도 이씨는 손이 떨려 칼을 잡지 못할 때까지 수선집을 계속하고 싶다. 버려질 신발이 자신의 손을 통해 다시 거리를 활보하는 뿌듯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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