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노인일자리’ 김평길 할아버지

▲ 김평길 할아버지
상반기 공공근로 참여했지만 하반기 탈락
노인일자리 두달밖에 못해 벌써부터 걱정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태풍이 지나가기 무섭게 제주에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지난 8일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평길 할아버지(73)가 거리로 나섰다.

할아버지의 업무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일이다. 할아버지는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며 쓰레기를 줍고 있었지만 손길만은 꼼꼼했다. 담배꽁초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할아버지는 “나같은 사람이 무슨 할말이 있겠냐”며 거절하다가도,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돈받고 하는 일인데 대충대충 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그냥 쓰레기만 줍는 일이라 딱히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4일(월·화·수·목요일)을 하루 3시간씩 일한다. 이날은 이달들어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렇게 한달에 16일을 일하고 받는 돈이 20만원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했던 할아버지는 하반기 공공근로도 신청했지만 탈락하고 말았다. 공공근로는 노인일자리 사업과 비교해 일하는 시간이 많고 그만큼 돈도 더 받을 수 있다.

할아버지는 아쉬운대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신청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부두노조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한 할아버지는 용역사무실 등에 나가며 일을 계속했다. 아내의 연이은 사업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내와 이혼한 할아버지는 현재 딸, 손주 둘과 함께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가족의 실질적인 가장이다. 장애인인 딸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두 손주는 고등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으로 둘다 아직 학생이다.

그나마 집이라도 있을 때는 든든했지만 대출을 받아 어렵게 마련한 집은 2년전쯤 경매로 넘어가 버렸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용역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고, 일을 하지 못하면서 이자를 갚아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수리비까지 1억원이 넘게 들어간 집은 대출받았던 4000만원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서울에 사는 아줌마가 낙찰받았어. 제주도에 오면 묶을 요량이었나봐. 그런데 집이 워낙 허름하고, 우리 사정이 딱하니까 그냥 살라고 하는 거야. 빨리 돈벌어서 낙찰받은 금액에 다시 사라는데 꿈도 못꾸지”

할아버지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인 딸이 받는 보조금과 할아버지가 버는 돈을 합쳐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8·9월 두달뿐이다. 할아버지는 그 이후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맥주캔 등의 고철류를 1kg 주워서 고물상에 갔다주면 1000원을 받을 수 있어. 일자리를 못찾으면 그거라도 해야지”

하루에 10kg 정도만 모으면 노인일자리 사업보다는 많이 벌겠다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손사래쳤다.

“하루 5kg 모으기도 힘들어. 그거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한두사람이어야 말이지. 아줌마, 할머니들도 줍고, 용달차 몰고 다니면서 하는 사람들도 많아.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도 자가용 타고 다니면서 주어러 다닐 정도라니까”

할아버지는 “없는 사람들은 갈수록 살기가 힘들어진다”며 막막함 심정을 내비쳤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한번만 웃어달라는 기자에게 할아버지는 “웃을일이 있어야 웃지. 언제 웃어봤는지 기억이 안나”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동주민센터로 돌아갈 시간이라며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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