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ucault)’는 저서 『담론의 질서』에서 특정 주체가 ‘진실’을 이야기하지만 권력의 배제·분할 원리에 의해 ‘광인(狂人)’으로 전락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가정을 세운다.

이를 반영하면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조선일보>의 ‘종북세력’ 및 ‘좌파 30명’ 보도와 이를 그대로 읊은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색깔론 공세는 ‘진실’이 아니다.

해군기지에 대한 문제점을 생생히 국·내외로 알리는 주민들과 시민평화운동가들을 ‘광인’으로 변질하려는 권력자들의 눈물겨운 분투다.

어쩌면 진실일지 모를 해군기지 건설반대 ‘담론’을 배제·분할하려는 권력자들의 일방통행으로 인해 주민들의 주장과 의견, 요구 등은 보편타당한 담론이 아닌 일부 종북세력들이 내는 ‘발언’으로 휘발되고 말았다.

강정 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제주도민이 아닌, 남한에서 추방돼야 할 ‘적(敵)’으로 돌변했다. 그 과정에서 제주가 추구하는 평화·상생·인권가치를 비롯해 특별한 자치는 설 곳이 없다.

이런 국면 속에서 제주도와 도의회는 27일 정책협의회를 열었지만 답을 내리지 못했다. 도와 의회의 현격한 입장차로 인해 연출된 ‘속빈 강정’에 불과한 협의회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었다.

경찰병력이 강정마을을 접수하려 할 때 도의회는 강정마을을 방문했고, 도정 관계자는 누구 하나 찾지 않았다.

직접 현장을 목격한 의회의 입장과, 정부와 <조선일보> 보도에 둘러싸인 도정의 입장은 애초부터 괴리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도민들의 자존감을 회복해야 할 도정이 스스로 ‘특별자치’의 가치를 잃은 채 거대권력의 담론에 휘둘리는 한계를 드러냈다.

‘용두사미’에 그친 ‘삼다수 대리점 공모’ 의혹 규명도 마찬가지다.

도민사회에서 계속해서 제기되는 의혹을 모르쇠로 일관한 도의회를 어느 누가 ‘리더’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을까.

도의회 또한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도민들을 ‘광인’으로 배제·분할하는 권력의 체계를 작동시켰다.

이날 만큼은 도정·의회 모두 ‘민의 대변자’가 아닌 공권력과 다르지 않은 ‘권력자’였다.

제주에 놓인 현안에 대한 철학이 빈곤하다보니 빈곤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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