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성·파급력으로 소통기능 넘어 막강한 여론 형성
지역기반 저널리즘 활성화에 유용…지역신문 ‘숙제’

최근 박지성의 팀 동료이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레전드로 불리는 라이언 긱스의 불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평소 깔끔한 사생활과 성실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그였기에 팬들의 실망은 더 컸다. 그의 불륜 사실을 세상에 드러낸 것은 ‘SNS’였다.
긱스는 자신의 불륜 사실을 취재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SNS는 막지 못했다. 트위터로 전해진 긱스의 외도사실은 단숨에 전세계로 펴져 나갔다. SNS는 단순한 소통의 기능을 넘어서 막강한 여론 형성의 장이 되고 있다.

미디어 환경 재편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란 ‘온라인에서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로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이 대표적이다. SNS는 기존 언론이 하지 못했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트위터 등의 속보성은 이미 기성언론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터넷기자협회 포럼-인터넷언론과 SNS’에서 김주언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고문(전 한국기자협회장)은 “속보에서 SNS를 따라올 매체는 없다”며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이 트위터로 생중계된 사례를 소개했다.

김 고문은 “SNS가 개인간 소통위주의 도구에서 특정이슈와 사건에 있어서는 기존 미디어 기능을 넘어서는 속보성과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기존 매체는 갑과 을의 위계적인 관계로 형성된 반면, SNS는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수용자가 될 수 있는 갑과 갑의 질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SNS가 미디어 환경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즈가 인터넷 사이트에 새로 만든 섹션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즈는 독자들이 주변에 일어났던 모든 일이나 사건 등을 사진으로 찍어 올려달라고 했다. 지금까지 독자의 제보를 받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조에서 독자가 직접 생산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나 알리고 싶은 것을 사진으로 찍거나 글로 써서 SNS에 올리기만 하면 미디어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언론이 설 자리는 없을 수도 있다.

온라인 시대 종이신문의 위기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시대로 재편되면서 기성언론은 존폐 위기를 맞았다. 광고주협회의 2010년 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뉴스 열독 사이트는 네이버(63.9%), 다음(21.7%), 네이트(4.4%), 야후(3.3%), 조선닷컴(1.5%) 순으로 포털사이트가 기성언론을 압도하고 있다. 기성언론은 독점적 지위를 상실해가고 있다.

온라인 신문과 포털사이트를 통한 뉴스제공이 시작되면서 기존 언론사들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이는 종이신문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지면을 발행하는 신문사에게 온라인 홈페이지는 서비스 개념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포털사이트는 언론사의 뉴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털에서의 기존 오프라인 시장 지배력은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0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인터넷뉴스사이트 이용자 중 47.2%가 인터넷에서 본 기사의 언론사·뉴스제공자를 ‘거의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용자들이 많이 읽는 뉴스를 통해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6월10일 오후 3시30분에 네이버의 가장 많이 본 뉴스에는 순위를 살펴본 결과 <연합뉴스> <이데일리> <파이낸셜뉴스> <로이터> <머니투데이> <마이데일리> <스포츠조선> 순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조중동은 없었다. 이같은 현상은 ‘더이상 종이신문이 필요없어졌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광고시장에서도 언론사는 포털사이트에 밀리고 있다. 이는 광고 매출이 수익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언론사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달 30일 KT경제경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NHN(네이버)의 광고매출은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전체 광고시장에서 14%를 차지하는 규모다. 조중동을 합친 금액의 두배 이상이고, KBS(5800억원)와 SBS(5000억원)을 합친 금액보다 많다.

SNS만의 장점 살릴 방법 찾아야
‘SNS 환경은 독인가, 기회인가?’라는 질문은 언론관련 토론회 단골 주제다. 이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답은 이미 나와있는지도 모른다. 언론사들은 모바일웹을 비롯해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이용하며 SNS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사 중에는 <경남도민일보>와 <부산일보>의 SNS 활용이 두드러진다. <경남도민일보>는 전담 인력이 없어 운영이 어려운 대표 트위터 대신 김주완 편집국장과 정성인 기자의 트워터를 활용한다. 둘의 팔로우 수를 합치면 1만명을 넘어선다. 이를 통해 포털사이트에서 뉴스가 제공되지 않는 한게를 극복하고 있다. 5만명이 넘는 팔로우를 보유한 <부산일보>는 트위터 전담 운영 인력을 두고 하루 100건이 넘는 기사와 정보를 유통시키고 있다.

도내 지역신문 역시 SNS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모바일웹을 비롯해 트위터·페이스북을 활용한 기사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SNS가 지면에 소개된 기사를 반복하는 수준이라면 독자들은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행한 ‘미디어 기업의 소셜 미디어 활용’ 보고서는 “소셜 미디어는 지역 기반의 저널리즘 활성화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언론사 중심의 기계적인 뉴스제공이 아니라 현지에 가장 적합한 뉴스를 발굴해 내고 전달할 수 있는 친밀한 채널로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낙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SNS를 활용하는 것은 언론사에게 장점이냐 단점이냐의 문제가 아닌 무조건 해야하는 일”이라면서 “SNS에서 제공하는 뉴스는 지면과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SNS를 통해 취재기자가 작성한 뉴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독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며 “독자 스스로 기자가 돼 기사를 쓰게 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들과 소통하는 관리자 성격의 기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NS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 될 것은 분명하다. 지역신문을 비롯한 언론사들은 모바일웹 활용수준을 벗어나 SNS기능을 어떤식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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