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해군기지 반대’ 릴레이 기고 진보언론 게재
제주출신 홍기돈 교수 첫 테이프…“제주도 총알받이 안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거침없이 ‘펜’을 들었다.

㈔한국작가회는 지난 15일부터 인터넷 진보언론 <프레시안>에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제목의 릴레이 기고를 시작했다.

8명의 작가가 기고할 계획이지만 참가열기가 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보다 많은 10명 이상의 작가가 ‘해군기지 반대’ 기고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첫 테이프는 제주출신 문학평론가 홍기돈 가톨릭대 교수가 끊었다. 홍 교수는 ‘기어이 제주도를 美의 총알받이로 만드나’ 제목의 글에서 “역사적으로 보자면 제주도는 지정학적인 가치 때문에 참혹한 일을 여러 번 겪었다”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해군 기지 건설 논란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전제했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두 개의 사건을 꺼냈다. 홍 교수는 “원(元)·명(明) 교체기에 일어난 탐라/제주의 비극과 일제말기 화순항에 가해진 폭탄세례”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대륙 북쪽에서 발원한 원(元)이 제주 섬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제주와 관계에 자신들을 끼워 넣으려고 시도했다”며 “이때부터 약 100여 년 동안 탐라/제주는 남송, 일본, 고려를 견제하는 원의 발판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흘러 섬의 지정학적 가치에 새삼 주목한 것은 일제”라며 “중국 본토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탐라/제주,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국과 가까운 대정 지역에 군사 시설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알뜨르 비행장을 활용한다면 상하이나 난징까지 건너가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 유효했다”며 “물론 일제는 화순항 등 그 일대의 항구 또한 해군기지로 이용했다”며 역사적 비극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홍 교수는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은 미국의 욕심 때문”이라며 “미국은 제주도의 지정학적인 가치를 진작부터 가늠하고 있었다. 일제와 맞서면서 이를 깊이 실감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시도가 관철된다면 제주는 원(元)·명(明) 교체기의 탐라/제주, 일제 말기의 제주가 겪었던 비극의 가능성을 고스란히 끌어안아야 한다”면서 “비극적인 길을 우리가 굳이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해군기지 반대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릴레이 기고 배경에 대해 황규관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장은 <제주도민일보>와 통화에서 “현기영 소설가와 제주작가회의에서 해군기지의 시급한 상황을 수시로 알렸다”면서 “해군기지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냉전체제의 소용돌이 속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작가들이 반드시 해군기지를 막아야 한다는 뜻을 모으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한겨레, 경향신문 등 중앙지에 해군기지 관련 글을 게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황 위원장은 “지면확보를 위해 두 신문사와 접촉하고 있다”며 “두 신문사에 소속된 기존 필진을 활용해 글을 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릴레이 기고는 작가회의에 소속된 제주출신 작가를 비롯해 제주에 거주중인 작가회의 소속 작가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황 위원장은 “다음 기고는 제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시인 손세실리아 맡기로 했다”며 “강정마을을 방문한 작가들도 속속 글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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