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내 집회 1104건 하루 3회꼴
‘공공·안녕·질서’내 시위만 허가…독소조항 우려

헌법이 국민들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모든 국민이 항상 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회는 공공 안녕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가질 수 있다. 판단의 몫은 경찰에 있다. 경찰의 판단에 따라 오늘 내가 신청한 집회가 가능할 수도,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 지난해 하루 3회꼴로 집회
대표적인 의사표현 수단중 하나가 집회다. 집시법에 따르면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특정한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한데 모여 사회에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내뱉는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한해 도내에서 무려 1104건의 집회가 이뤄졌다. 대략 하루에 3번꼴로 집회가 개최됐다.
 
도내 수많은 사람들이 의사소통의 창구로 집회를 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집회가 무작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법은 집회를 갖기 위해서는 사전에 경찰에 신고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경찰은 집회 신고내용을 보고 이중 ‘공공 안녕 질서에 위협이 되는 행위’라고 판단될 경우 금지통고를 내릴 수 있다.
 
신고를 안한 집회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되는데, 이를 두고 각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2월 강정에서 있었던 강제진압 사건이다.

군사기지저지범대위와 천주교제주교구평화의섬특위, 평화를위한그리스도모임은 지난해말 해군기지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 해안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기자회견이 시작된 지 40여분만에 서귀포경찰서는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 경고 방송을 시작했고, 얼마후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차례로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했다.
 
제주에서 기자회견중인 인사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집회를 둘러싼 쟁점
이번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경찰이 기자회견을 집회로 간주했다는 점과 사전에 신고를 안한 집회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은 사전 신고대상이 아니다.
 
아이러니 한점은 국내 사법·행정기관에선 기자회견을 ‘실내’에서만 진행토록 관례상 못 박고 있는 것이다. 옥외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은 일반 사람들에게 주장을 전달하려는 효과를 노린 ‘집회’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실내에서 제한 없이 허용되고 있는 기자회견과는 달리 옥외기자회견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날 옥외 기자회견은 집회였고 사전에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자회견 형식이든 아니든, 불법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집회를 둘러싼 쟁점중 사전 신고제는 논란의 대상이다. 허가제였던 집회가 지금은 신고제로 전환돼, 일정부분 자유로워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집회전 미리 신고를 해야 하고 경찰이 신고내용을 토대로 집회 개최여부를 판가름 짓는 현행 절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금지통고의 근거가 ‘공공 안녕 질서에 위협의 되는 행위’라고만 규정돼있어, 자의적인 판단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규정을 두고 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오는 6월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제17차 회기에 제출한 대한민국 실태조사 보고를 통해 “신고제는 사실상의 사전 승인제로 이를 폐지함으로써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제주지역에서 집회 금지통고는 0건. 근래에 들어 집회가 불허된 적은 없지만, 도내 사회단체들은 이 조항이 언제든 독소조항으로 작용,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 부장원 <민주노총 조직쟁의 부장>

도내에서 집회를 가장 많이 가지는 단체 중 하나가 민주노총이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해도, 도청 앞에는 민주노총의 천막과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이들은 집회가 우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통로라고 말한다. 부장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조직쟁의 부장에게 현대사회에서 집회가 가지는 의미를 물었다.

△ 집회를 다수 치른 것으로 알고 있다. 기억에 남는 집회가 있는지.
민주노총 집회는 아니었지만 2006년도 한미FTA 반대집회가 제주에서 열린 적이 있다. 제주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농민, 시민사회단체, 정당, 노동조합 등 수만명이 제주에 내려와 연 집회였다. 특히 제주지역 농민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감귤나무를 수십그루 불태웠던 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평소에 순박던 농민들이 생존권을 정부가 앞장서서 팔아치우는 행태에 분노하는 모습이 그 불길 속에 오롯이 보였었다.

△ 집회가 왜 중요한가.
기본적으로 집회는 표현의 자유로서 중요한 의사표현 수단이다. 그래서 헌법에서도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대의민주제로서 선거를 제외하고는 국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때문에 집회는 혹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없는 자들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 집회를 갖기 위해선는 사전에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집회의 자유가 상당부분 보장되고 있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으나 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얘다. (그나마 제주지역은 나은 편이긴 하지만) 아직도 집회불허 통고의 주요사유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 위험’이라는 점은 경찰 측이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내용적으로는 허가제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동일일시, 동일장소에서는 1건 이상의 집회를 아예 불허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유령집회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동일장소에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은 이를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충돌이 없도록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 집회를 갖지 않는 이들의 기본권도 보장돼야 하는데.
집회 시 주로 제기되는 문제가 소음이.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집회는 한 시간 내외에 끝이 나기 때문에 소음으로 인한 불편이 현저하게 크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집회가 주로 주간시간대와 시내 중심가(상가)에서 열리기 때문에 일반국민이 직접적으로 소음피해를 입는 경우는 극히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에도 통행문제나 집회대열로 인한 불편 등의 문제는 주최 측에서도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면서 준비하기 때문에 상호 이해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서로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 부정적인 시선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집회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국가가 집회를 통제하려고만 하지 않고 오히려 최대한 협조하는 것이 집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회를 무조건적인 부정보다는 왜 집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또한 이를 알리려는 언론의 역할도 필요하다.

△ 집회의 대다수가 집단화 돼 있다. 개인적인 집회는 극소수에 머물고 있는데.
흔히 개인적인 집회는 1인시위로 나타난다. 사실 이외에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1인시위마저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제약을 가하곤 한다. 더군다나 일반인으로서는 생계문제, 낯설음 등으로 인해 1인시위조차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1인시위까지 가지 않더라도 ‘분노’나 여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 혹자는 인터넷이 대안이라고는 하나 개인의 의견이 온전히 반영된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순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