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대학교 교수 김민호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는 온갖 형태의 마을 만들기 사업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도시만들기’ ‘마을만들기’, 행정안전부의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환경부의 ‘자연생태마을’, 농림수산부의 ‘농어촌 체험마을’ ‘휴양마을’ ‘전원마을’, 지식경제부의 ‘녹색마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 등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좀 더 일찍 추진했던 ‘평생학습도시’ ‘평생학습마을’ 등을 포함한다면 마을만들기에 거의 대부분의 중앙부처들이 참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행복마을 만들기’ 정책을 추진하면서 구·군별로 1개 마을씩 선정 지원하고 있다.

마을 만들기의 초점은 부처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비슷하다. 국토해양부가 밝혔듯이 마을 만들기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친근한 그리고 서로를 알 수 있는 규모의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마을환경의 물리적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활동들”이다.

이들 사업의 추진배경에는 1960년대 이래 40년 이상 줄곧 추진해 왔던 국가 주도의 지역간 불균형 성장 정책을 포기하고, 지역간 균형발전 뿐만 아니라 주민 스스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이 담겨 있다.

제주지역의 몇몇 마을들도 중앙부처가 추진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마을의 면모를 새롭게 하고 있다. 마을 주민 스스로 자기 마을이 지닌 장점을 살려 마을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반면에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 문화적 전통을 지녔고 주민 스스로 마을 발전의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강한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죽어가는 마을이 있다. 바로 강정이다.

1960년대식 관행 그대로 오직 국가이익을 위해 중앙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와 지방정부의 순응적 태도로 마을 공동체가 멍들고 파괴되고 있다.

왜 그럴까? 한편에서는 국가가 종래의 개발 패러다임을 지양하면서 마을 스스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을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안보의 논리를 등에 업고 마을의 의사결정과 이들의 공동체적 삶을 무시한 채 국가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결국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이 ‘밑으로부터’ 시민사회의 성숙의 결과가 아니라 여전히 ‘위로부터’ 주어진 개혁에 불과했음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한다.

곧 국가가 지역에 개발의 주도권을 이양하고 지역간 균형발전 정책을 펼쳤던 것은 부분적으로 사회민주화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으나, 그 민주화의 동력이 아직도 토목적 개발을 지향하는 자본주의와 군사력 증강의 중심의 국가안보의 벽을 넘지 못한 결과다.

강정 마을 주민들이 이웃과 관계를 회복하고 죽어가는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려면, 강정 마을 주민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 전체가 인간의 삶을 존중하는 민주시민성을 학습하는 데 한 발짝 더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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