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희(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7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2만 달러 시대로 재진입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를 실감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삶은 더 핍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왜 그럴까?

국민소득은 국제비교 때문에 미국달러를 기준으로 발표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우리 돈으로는 똑 같은 소득이라 할지라도 미국달러를 기준으로 한 환율이 내리면 우리 소득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작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다시 넘어선 것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기도 하였지만, 이러한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달러 환산액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또한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 전체 소득을 총 인구수로 단순히 나눈 평균값이다. 경제성장, 즉 국가 전체의 소득이 아무리 많이 오르더라도 오른 몫이 일부에게만 돌아간다면 다수의 사람들은 소득이 오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오른 소득이 일부에게 집중되어 배분되면 다수 국민은 국민소득의 증가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의 경우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과실은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자 등 가계에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었다. 국민소득 가운데 근로의 대가로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비율을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은 59.2%로서 200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기업들이 가져가는 영업잉여는 16%나 증가하여 근로자들이 받는 피용자보수 증가율의 두 배가 넘었다.

여기에다가 과도한 빚과 치솟는 물가, 전세대란 등으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팍팍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해 총저축률은 전년보다 1.8% 올랐다고 하지만 이들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면서 저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며, 오히려 개인의 순저축률은 1년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경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 성장의 과실은 기업들에 집중되고 개인들은 가계부채와 이자부담 등으로 돈을 모을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의 정책을 보면 이러한 결과는 다분히 예상되던 것이다. 기업프렌들리정책으로 쏟아져 나온 고환율·저금리정책,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완화, 금산분리완화, 법인세 인하 등은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오히려 더욱 힘들어지고 있고, 노동시장에서는 수많은 실업자와 취업을 포기한 무직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비정규직, 저소득 근로계층 등 근로취약계층의 근로조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하루가 멀게 치솟는 물가와 전세가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서민들의 삶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경제의 양극화와 그 귀결로서 계층 간 소득격차, 빈부격차 등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정부의 정책기조로 내세워던 이른바 성장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 즉,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면 이들이 성장하여 그 효과가 아래쪽으로도 떨어져 내려가 고루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논리가 허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서민들의 삶의 의지를 빼앗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다. 결국 사회적 갈등을 더욱 키우고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게 분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급기야 그간의 시장 중심적 정책 논리에서 볼 때는 어리둥절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른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상생’, ‘동반성장’을 부르짖기에 이르고 있다.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도록 하자는 이러한 주창은 나아가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주장으로 이어져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상생과 동반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현재의 대기업 우선, 경제우선, 성장우선, 시장만능주의 정책 기조의 전면적인 재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 포용적 성장과 발전의 철학이 그것인데, 고용과 소득분배와 함께하는 성장-안정적 소비 기반의 확충과 지속적 증대-사회 전 부문의 생산증대-고용과 소득 증가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많은 선진국에서도 주창하고 있는 정책기조이기도 하다. 복지와 분배의 정의가 중요한 이유, 동반성장과 상생의 진정한 의미를 지금 새삼스럽게 되새기는 것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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