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아직 사그라들진 않았지만 부산·경남지역에 타오른 분노의 불길을 잡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모양입니다. 이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특히 영남지역 주민 여러분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요.
 
나라 살림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경제적 타당성이 결여될 경우 발생할 국가와 지역,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가 떠안을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이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내린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고뇌 끝에 수용했으며,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제63주년 4·3위령제때 제주를 찾았던 김황식 국무총리도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도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미숙함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모든 절차가 정당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지난달 제주를 방문했던 김성찬 해군참모총장도 “해군기지 문제로 제주사회에 적지 않은 부담을 드린 점에 대해 해군 최고 책임자로서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특히 강정주민에게 고통과 아픔을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요. 그럼에도 해군기지 문제는 풀리기는 커녕 더 꼬여만가는 형국입니다.

사과할줄 아는 리더십
사과(謝過)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얘깁니다. 사과가 먹혀들려면 구체적인 잘못과 그에 대한 책임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바로잡음으로써 믿음을 주어야 하겠지요. 특히 인터넷과 동영상, 트위터를 비롯한 소설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비밀이 유지되기 어려운 ‘현미경’사회에서 잘못을 감추고 변명하는 건 용납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최근 발간된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은 현 시대를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쿨하게 사과할줄 아는 성숙한 자아를 가진 리더만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규정합니다. 깔끔하고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구체적인 보상과 재발방지 약속을 담아 직접 용서를 청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과의 기술’과 신뢰가 리더가 권위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능력이라는 것이지요.

자신과 측근의 실수나 잘못으로 여러차례 위기를 맞았던 오바마 미국대통령도 사과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고 합니다. 오바마는 “책임의 시대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할것이다”고 말합니다.

공감을 위한 진정성
사과에 대한 믿음은 진정성에서 시작됩니다. 잘못으로 인한 고통에 공감하고 진심을 담아야 사과를 받아들이는 당사자도 공감하게 되고 신뢰의 싹이 틉니다. 해군기지 문제가 꼬여만 가는건 진정성이 결여된 ‘쿨’하지 못한 사과, 그로 인한 신뢰의 상실 때문이 아니겠는지요.
 
말로는 해군기지 추진과정상의 절차적 잘못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국가안보상 필요하니 공사중단은 안된다’고 못을 박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겠다고 하면 씨알이 먹히겠는가 말입니다. 지원협의회 구성이니 지역발전계획 지원이니 하는 ‘당근’을 내미는 한편에선 중죄인도 아니고 단지 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했다고 사람을 폭행하고 구속하는 ‘제도적 폭력’을 휘두르면서 공감과 소통을 말하는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지요.
더 기가 막힌건 ‘윈 윈’ 해법을 노래해온 ‘우근민 도정’은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데 대해 사과조차 할줄 모르고 무책임한 방관자가 됐다는 것이지요. 공사강행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따를수밖에 없다면, 구체적인 이유라도 속시원하게 강정마을 주민들과 도민사회에 밝히고 ‘지역주민들편에 서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도리이겠지요. 우 지사님, 「쿨하게 사과하라」는 이 책이라도 실·국장들과 한번 돌려 읽어보심은 어떠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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