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희 <이티알아이 기술전략연구본부 책임연구원/경제학박사>

정보통신의 발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네트워크’란 용어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기기 간에 상호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기기들을 연결시켜 주는 기기와 장치, 전송로의 결합’을 의미한다. 즉, 서로 떨어져 있는 두 개 이상의 객체들을 상호 연결시키는 것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이해되면서, 그 이용의 폭은 정보통신은 물론 다양한 산업분야, 인간간의 관계 등 사회적 측면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라는 개념이 탄생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트워크 산업의 성장과 중산층의 대두

네트워크 산업이라는 개념은 정보통신산업에서 출발하였지만, 이제는 육해공에 걸쳐 있는 다양한 교통시스템, 전기 및 가스 산업, 항만물류 등의 광범위한 산업분야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네트워크 산업은 여러 가지 특징들을 갖지만 대표적으로는 ①국가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기반시설 ②구축에 대규모의 투자가 수반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장치산업(裝置産業)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으로 초기의 네트워크 산업들은 국가 주도로 구축 운영되어 왔으며, 그 공공재적 성격으로 독점적 지위를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규제완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면서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이들 산업분야에 대한 민영화가 강도 높게 진행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0년대에 단행된 한국전기통신공사의 민영화가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산업은 국가사회의 제반활동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치경제, 사회문화 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지렛대의 역할을 한다.

또한, 그 규모의 대규모성으로 막대한 고용창출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근로형태가 탄생하기도 한다. 전기, 철도나 공항·항만의 건설과 운용, 전화서비스의 개시와 발전은 화이트칼라의 성장을 촉진시켰으며,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에 따라 교육이나 금융, 행정시스템과 IT와의 수평적 결합을 통한 상승작용은 화이트칼라라는 개념에 부가하여 중산층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정보화, 문명사의 한 궤적

네트워크 산업 발전의 논의과정에서 핵심으로 부각되어 온 것이 바로 정보통신과 고용의 문제이다. 이는 이용자의 편의 증진과 업무의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정보통신산업 특성 자체에도 기인하지만 정보통신의 활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여타 네트워크 산업 전반은 물론 국가 행정 및 비즈니스 분야의 정보화 촉진에도 기인한다.

그 결과, 기존 노동인력은 급격하게 전산시스템을 비롯한 정보기기로 대체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이 야기되었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다른 입장은 산업혁명 이후 근육을 사용하는 노동자의 힘을 기계가 대체하였던 기계화와 마찬가지로 정보화도 사회발전의 한 축 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기계화의 진전이 기존 고용의 퇴출과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였던 것처럼 정보화도 지속적으로 기존 고용의 퇴출과 새로운 고용의 창출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양자 간의 논쟁은 모두 일정부분 노동력의 이동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에 근거하여 이루어졌음을 가정할 때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어려운 문제다. 기계화와 정보화라는 흐름은 지속적으로 문명화(文明化)를 추구하여 온 문명사의 한 궤적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기계화 당시에 발생하였던 기계파괴운동(Luddite운동)은 이러한 궤적의 진행에 대항해 보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결국 그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던 점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정보통신이 고용감소의 주범이든 종범이든 향후 더욱 진전될 수밖에 없는 정보화라는 문명사 진보의 관점에서 고용문제도 파악되어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기계화라는 사회변화의 큰 흐름을 읽고 고용불안의 위기를 잘 극복하여 왔던 것처럼, 정보화의 진행방향에 대해 좀 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새로운 고용창출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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