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답답하고 알수없는 일입니다. 지난 15일 제주도의회가 해군기지 예정지인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을 취소 의결했음에도 상황이 별로 달라진게 없으니 말입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등 야 4당 제주도당이 해군기지 공사중단과 함께 우근민 지사에게 강정절대보전지역 해제 직권 취소를 요구했지만 메아리없는 외침일 뿐입니다.

지난 18일 제주를 찾았던 김성찬 해군참모총장도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도의회의 공사중단 요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지요. 정부와 해군, 제주도정은 빠지고 공사업체와 맞딱뜨린 강정마을 주민들은 애간장만 타들어 갑니다.

‘키’ 는 우근민 도정에
식견이 짧다보니, 도의회의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취소의결 이후 벌어지는 상황들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정부와 해군은 도의회까지 아예 무시하고 공사를 서두르면서 ‘마이웨이(May Way)’를 고수하고, ‘윈 윈 해법’을 내세웠던 ‘우근민 도정’은 남의 일인양 발을 뺀 가운데 공방만 거듭되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동의안 취소 의결의 법적 효력에 대한 논란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탓이겠지요.

법적 효력의 당위성에 대한 논리는, 도의회의 취소 의결로 지난 2009년 8대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의 효력이 상실되고 해군기지실시계획 변경승인 등의 행정행위가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위반되는 위법한 처분으로 원인무효가 됐으니 해군은 공사를 중단해야 하며, 도지사는 직권취소를 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법적효력이 없는 정치쇼’ 임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도의원들을 비롯한 반대 논리는,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의결이 이뤄졌다해서 동의에 기초해 이미 이뤄진 행정처분까지 효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닌만큼 이번 의결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다면 ‘키’는 ‘우근민 도정’이 쥐고 있습니다.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 의결이 합당하다면 직권취소를 해서 법적 효력 논란을 깨끗하게 정리하면 될 일이니 말입니다. 판단이 안서면 법제처 같은데 유권해석을 의뢰해서 도움을 얻어도 되겠지요.
 
법적 효력이 없는 부당한 의결이라면 도의회에 재의요구를 함이 합당하고,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우 도정’의 몫입니다. 답답한 것은 이도 저도 아닌 침묵입니다. 다음달 6일로 예정된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 처분 취소소송 2심 판결을 기다리는 것인지, 정치적 계산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그 속내를 알수없는 노릇입니다.

민주주의 토대 ‘정당성’
창간이후 지령 200호를 넘긴 지금까지 제주도민일보가 해군기지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민주사회에서 지켜져야할 최소한의 상식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민주사회의 상식은 국책사업이든 어떤 일이든 계획에서부터 절차와 과정, 결과에 이르기까지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고, 그 토대는 ‘주인’인 국민들의 자발적 동의가 아니겠는지요.

동아시아 교류·협력의 중심지이자 평화·인권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가 과연 합당하냐는 물음은 차치하고라도,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가 과연 정당하게 이뤄졌는가는 분명하게 따져보고, 아니라면 바로잡는 것이 상식입니다.
 
전제조건인 경관·생태계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경미한 사항’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않고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을 제출하고, 8대 ‘한나라당 도의회’의 날치기 처리로 소송이 진행중인 현실이 과연 온당한지 말입니다.

해군기지는 우근민 지사 스스로 추진 절차와 과정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도민들의 편에서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 직권취소를 통해 도민사회 내부의 논란을 끝내고, 해군기지가 국가안보를 위한 국책사업이라면서 도민사회와 도의회의 최소한의 요구에도 무성의와 무책임으로 일관하며 제주를 아예 무시하는 정부와 ‘맞짱’을 뜨는 강단있는 ‘우 도정’의 모습을 보는 건 우매한 사람들의 어리석은 꿈이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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