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청 앞에서 120일 이상 자리를 지켰던 민주노총 천막 농성장이 23일 오전 도정과 제주시에 의해 강제철거됐다. 120일 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속에 담긴 노동자들의 외침과 인내를 감안하면 강제철거에 걸린 시간 10분은 잔혹할 만큼 너무 짧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급할 이유가 있었을까. 공권력을 동원해 노동자들이 필사적으로 지켰던 ‘터’를 쓸어가는 것이 다른 현안보다 시급했을까.

공권력이 남긴 상처가 노동현안에 무슨 해결대책을 안겨줄까. 노숙 농성장이 강제철거된 지금 상황이 급변했나. 도정이 원하는 대로 노동현안이 해결됐나. 노동자들은 더욱 독기를 품기 시작했고, 도정의 기대와 달리 쉽게 굴복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노동현안 해결에서 도정은 과연 이성을 챙겼나 묻고 싶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도정과 제주시의 ‘권력’은 마치 이성을 잃은 광기로 보였다. 우근민 지사는 지난해 취임식 때 공언한 ‘사회통합의 위기’를 그대로 증명했다.

어떻게든 노동현안이 해결되더라도 사회갈등의 불안요소는 더 커지게 됐다. 앞으로 더 큰 갈등의 폭발을 어떻게 우 도정은 수습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노동현안에 있어서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갈수록 팍팍해져가는 제주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일반적 삶을 반영한, 어쩌면 평범한 외침이었다. 우 도정은 도청 앞에 놓인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기에 앞서 제주지역 노동자들이 처한 삶의 구조적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갈수록 위협받는 데 ‘수출 1조원’을 달성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제주지역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인 노동자들이 갈수록 지쳐가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은 하고 있을까. 어느덧 도내 비정규직 비율이 51%에 이르렀다.

도정은 제주 노동자들의 입을 가로막은 데 이어 이제는 제주의 공공재인 지하수마저 대기업에 퍼주려 한다.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때부터 지킨 지하수 공적관리체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제주지하수에 대한 ‘공수(公水)’개념은 도민들이 별다른 이의없이 합의한 대원칙이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량허가 요청을 제주도가 수락한 것에 대해 도민들이 호되게 비판하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도민들이 도정에게 허락한 ‘권력’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정은 도민 삶에 근거해 제대로 권력을 사용하고 있는가. 2011년에 와서까지 도정의 권력이 특정 주체, 기업을 위한 것이라면 현재 제주사회는 굉장히 비극적이다. <취재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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