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 <서부경찰서 수사과>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지능범죄수사팀은 전화금융사기를 전담하고 있는 기획부서이다. 2006년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전화금융사기는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화금융사기범들은 유/무선 전화를 통해 자녀 납치 빙자 및 수사기관·금융기관 등을 사칭, 피해자들에게 신뢰감을 준 후 “보안·안전 코드 설정해주겠다”, “예금보호조치 해주겠다” 등 갖가지 그럴듯한 말로 상대방을 급박하게 다그치면서 현금지급기(CD/ATM기), 폰뱅킹 등의 이용을 유도한다. 강조하지만 어떤 공공기관도 개인 신상정보(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보안카드 번호등)에 대해 묻거나 현금지급기, 폰뱅킹 등의 조작을 지시하지 않는다.

필자는 얼마전 필자의 아버지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집에 계시던 어머니가 불상의 전화 한통을 받으시고는 횡설수설하며 실신했다는 것이었다. 그 불상의 전화는 다름 아닌 사기 전화였던 것이다. “당신 아들이 납치되었으니 당장 돈을 입금시키지 않으면 아들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버리겠다”는 협박과 함께 ”살려달라“는 아들의 절규어린 육성을 들은 부모가 어찌 제 정신일수 있을까. 전화 한통으로 손쉽게 돈을 벌수 있으니 그들의 언변과 연기력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한다.

불입하던 적금까지 해약해가면서 돈을 이체시킨 사람, 평생 공직에 몸담아 받은 퇴직금을 한순간에 날린 사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면서까지 돈을 이체시킨 사람 등등 피해사연도 가지가지이다. 사기 전화를 받을 당시 피해자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의 신체·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경찰인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억울한 피해를 막을수 있을까...지금 이 순간에도 사기범들은 새로운 수법을 연마하여 피해자들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을지 모른다. 어떤 이유이던간에 현금지급기, 폰뱅킹, 인터넷 뱅킹 등의 숫자버튼 입력을 유도하는 전화는 100% 사기 전화임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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