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도의회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취소 결의안’ 발의
항소심 판결 영향 미칠까…본회의 통과까지 진통예상

제주도의회가 결국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취소 결의안’ 카드를 빼들었다.

해군기지 건설에 있어서 최소한 상식적인 조건마저 지켜지지 않았다는 도의원들의 문제의식이 발동한 결과다.

도의회의 숱한 요구에도 국무총리실이 문건을 통해 약속한 사안은 현재까지 철저히 외면됐다. 이런 가운데 해군은 강정마을 육·해상에서 공사를 강행, 강정주민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윈윈해법’을 찾겠다고 공언한 제주도정은 의회와 주민 등과 합의없이 해군기지 ‘정상추진’을 선언했다.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우근민 지사는 “해군기지 발전계획 수립위원회 구성”을 지시,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도의회의 ‘취소 결의안 발의’는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물이다. 더 이상 해군기지를 찬성할 정치적 명분을 가져가기 힘들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주민들과 의회 등의 상식적인 요구마저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서 해군기지 건설이 용인되면 앞으로 제주에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절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도의회는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 해군기지 건설을 마냥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상정된 안건을 14일 심사할 예정이다. 환경도시위원장인 김태석 의원(민주당)이 발의안에 서명했기 때문에 상임위는 통과한다 하더라도 15일 본회의 최종 통과까지 만만치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23일 ‘강정마을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항소심’ 판결이 예정됐다. 결의안 통과여부에 따라 항소심 판결향방이 바뀔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벌써부터 ‘취소 결의안’을 둘러싸고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취소 결의안’ 무슨 내용 담았나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오영훈 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은 8명 의원의 서명을 받아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안’을 발의했다.

서명에는 오영훈 위원장을 비롯해 박원철, 박희수, 김태석, 김진덕(이상 민주당), 김영심, 강경식(이상 민주노동당), 박주희(국민참여당), 이석문 교육의원이 참여했다.

오영훈 위원장은 발의안에서 “지난 2009년 12월17일 제267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처리된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의결에 대해 그 의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시 도지사가 제출한 동의안은 절대보전지역해제를 위한 전제적 요건 및 절차를 위반한 안건임에도 가결 처리됐다”면서 “더 나아가 도의회의 동의안 의결처리 절차상 하자에 대한 논쟁이 있는 바, 본 취소 의결안은 이런 하자있는 의결을 도의회 스스로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오 위원장은 “절대보전지역 변경과 해군기지건설에 따라 주민지원 대책을 약속했던 중앙정부와 해군은 도의회의 끊임없는 지원대책 마련 등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주민과 제주도에 대한 어떠한 비전과 발전계획도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해군기지 건설만을 강행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도의회는 제주도민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천혜자원인 강정마을 주변환경을 훼손함으로써 도민의 피해가 날로 커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이제는 해군기지건설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사라졌다고 판단돼 이를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 의결 취소 사유에 더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도시위원회는 14일 결의안을 심사한다. 안건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임시회가 폐회하는 15일 본회의에서 최종 상정, 표결 처리된다.

# 도의회 절차 바로잡는 것 당연

결의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단 제주도는 결의안이 통과돼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돼 관련 행정행위가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절대보전지역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행정법에 따라 도지사가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직권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도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대논리로 맞섰다.

신 교수는 “도정이 소송 중이라며 직권취소를 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는데, 행정소송 중에도 처분을 취소·변경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신 교수는 의회의 취소의결에 도지사가 재의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지방자치법 제107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그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신 교수는 “의회가 전속권한을 갖고 동의안을 취소하는 것이 월권인가”라며 “법을 위반해 날치기 처리한 법령을 바로잡는 것을 법령위반이라 할 수 없고, 동의안 취소가 공익을 현저히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 교수는 “도의회가 취소결의안을 처리하면 도지사는 원칙적으로 절차적 잘못을 인정하고 직권취소하는 것이 맞다”면서 “만약 도정이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문제없다고 판단하면 다시 동의안을 요구하던지 재의하던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공권력을 이용해 민주·법치주의를 무시한 행위를 도의회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면 힘없는 서민들만 고통받는다. 제2·3의 강정주민들이 나온다”고 도의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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