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권일 <강정마을 실무위원>

세계 7대 경관 등재사업이 뜨거워지고 있다.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어 유네스코에서 인정해준 자연과학부문 3관왕이 더욱 가치를 발휘하는 섬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상상은 얼마나 순진한 발상이 될까.
곶자왈을 파괴하는 관광열차, 골프장, 도로시설들로 인해 제주도는 몸살을 앓고 있고 서귀포 해양공원내 연산호 군락지의 생태를 위협하는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중이다.

해군은 오탁수 방지막을 설치하고 센서를 연산호 군락지에 띄워 용존산소량에 경보가 울리면 공사를 중단하는 친환경 공법이라 문제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관계자는 조류 때문에 오탁수 방지막 자체의 효용성이 크지 않고 부족한 공사기간 때문에 오염을 알아도 공사를 멈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슬쩍 실토했다.

환경파괴를 자행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위한 7대경관인가! 무엇을 위해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과 자연유산과 지질공원을 따낸 것인가! 대기업의 자본을 끌어들여 향락산업과 도박장을 만들면 제주도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 중심에 도민이 없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아름다운 맷부리와 구럼비 바위가 무참하게 부숴져 나가고 숱한 멸종위기 동식물들을 사장시킨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기 이를데 없다. 어찌 이 땅과 이 바다가 우리들만의 것이란 말인가. 우리들 인간이 이 땅을 밟기도 전 수천만년동안 이 땅과 바다와 함께 숨 쉬어 왔던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유네스코 멸종위기 4급인 제주방언들이 콘크리트와 함께 영영 사라지면 우리 후손들은 무엇을 보며 제주도 방언의 맥을 유지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정신적 유산까지 파묻을 수밖에 없는 그런 삶이라면 남은 삶에는 어떤 의미가 남아 있기라도 한 것일까.

도법스님의 생명평화결사의 도보순례를 맞아 이 땅 제주에 진정으로 모든 뭇 생명들의 평온함을 기원하고 이 땅에 사는 민초들의 얼굴에서 시름이 덜어지길 기도한다. 더불어 강정마을에 4년 전 갑작스레 들이닥쳐 어두운 그림자를 내뿜고 있는 해군기지건설이라는 역마가 사라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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