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고… 제주로 무전훈련 온 인하대 유도부

“뭐,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무조건 걷고 있어요. 생활력과 정신력, 생존력을 기리는 것이 목표에요.”

성판악 앞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던 배낭 차림의 20대 청년들.
비와 땀에 온몸이 범벅됐지만 그래도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다.

여름방학을 맞아 제주를 전지훈련 코스로 선택한 인하대 유도부 학생들을 도로에서 만났다.

23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코스로 이곳 제주를 찾았다 한다. 매년 하계훈련은 그들의 전통이다.
제주에 갖고 온 것이라고는 텐트, 여벌옷, 참치캔, 쌀, 햄, 라면이 끝이다. 경비도 일체 없다. 오로지 왕복 비행기표값 10만원이 경비의 전부다. 핸드폰도 선배들만 갖고 올 수 있단다.
일명 ‘무전훈련’이다.

“오늘 비가 많이 오는데 찜질방이라도 가지 그랬어요.”라는 질문이 곧 무색해졌다. “찜질방은 돈이 들잖아요.”

이들은 제주도에 도착한 후 함덕·표선해수욕장에 텐트를 쳤다. 우도에서도 1박, 돈내코에도 짐을 풀었다. 어제오늘 온통 비 바다가 됐단다. 3일 동안 400mm 폭우가 내린 산간지역. 텐트 곳곳 물이 새고 난리다. 오늘밤 머무를 곳을 찾아 성판악엘 들렸다. 근데 웬 일, 이곳은 숙박 금지란다.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다 만난 것이다.

“월드컵 경기는 보셨어요?”라는 질문에 다들 들떠 대답한다.
“그럼요. 한 번은 공항에서, 또 한 번은 인근 식당에 ‘TV 좀 보여 주세요’하고 부탁해서 봤어요.”
훈련 중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일제히 “씻는 것!”이라며 외친다.
야영장 화장실에 코펠을 들고 가 ‘씻기’를 해결한다. 이곳에서 카메라 배터리도 충전해 매일 일상을 담고 있다.

“라면, 카레만 먹어서 질려요.”라고 투덜대는 1학년 우현씨, “집에 가고 싶어요”라며 농담 던지는 막내 경철씨. 슬리퍼에 발가락이 헤진 홍일점 정현씨 등 비록 힘든 여정이지만 모두의 표정이 밝다.

후배들은 돈도, 통신기기도 없이 오로지 ‘선배’를 믿고 뒤따른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발걸음을 함께 한다.
해마다 훈련을 떠나지만 이번 여름은 폭우와 싸운 만큼 느낀 점도 많다.

“걷고 또 걷고… ‘자신과의 싸움’이죠. 이겨내야죠. 전지훈련이라는 게 꼭 운동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일주일동안 서로를 보듬으며 잘 견뎌왔다. 다리에 배긴 알도, 아픈 근육도 잠시다.

“내일은 한라산에 올라 꼭 백록담 찍을 겁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와 등산을 못하면 어떻하냐는 질문에 “아까 성판악에 물어봤어요. 지금 날씨가 개고 있어 내일 등산이 가능하대요.”
마지막 날 목적지는 한라산 정상이다. “꼭 갈겁니다”라며 몇 차례나 강조한다.

이해하고 참는 법을 배웠던 일주일, 배고픔도 힘듦도 이겨냈다. 그들의 열정은 아직 가득 했다.

‘자신과의 싸움’.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번 무전훈련의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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