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 | 패널에 유채물감 | 80X170cm | 독일, 함부르크 미술관)

암시적 의미로 가득한 위 그림은 베르너 튀브케(1929~2004)의 논쟁적 양식과 주제(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준)를 살펴보는 데 좋은 예가 되는 작품이다. 튀브케는 베른하르트 하이지그,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신봉하는 동독 화가들로 구성돼 있던 라이프치히 화파는 사회적 해방과 집단생활 같은 마르크스 주의자들의 이론을 예찬하고 있었다. 마치 이 이론에 부합하듯, 위 그림은 옆으로 긴 모양을 채택함으로써, 몸을 눕힌 인물들을 그리기에 충분할 만큼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인물들은 특별히 속박당하거나 얽매이지 않은 채 외관상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견 티치아노의 영향이 느껴진다 할지라도, 화면 틀 중앙을 거대하게 표현한 점, 현대적인 세부묘사, 가라앉은 색조 등은 고전주의적 암시의 기법과는 상충하는 요소이다. 튀브케는 초현실주의의 도래를 앞당긴 화가 조르지오 데 키리코로부터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위 그림의 전경에 보이는 사람들의 행위와 감정은 불확실한 느낌을 자아낸다. 관람자로부터 얼굴을 돌리고 있는 그들의 태도는 여가를 즐기는 것도, 그렇다고 공포에 질린 것도 아닌 불안한 상태이다.

1980년대 튀브케는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1천 7백 22제곱미터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 ‘소작농들의 전쟁 파노라마’를 제작했다. 고통 받는 민중에게 바치는 헌정품인 이 작품은 위 그림과 유사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튀브케는 대형 회화 제작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필수 조건을 이행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목적에만 머물지 않는 화가 자신의 독특한 시각을 발휘하고 있다. 발췌=「명화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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