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악근천 생태하천 조성사업’ 주민 거센 비판
주민 의견없이 진행…“하천정비 아닌 청소” 빈축

서귀포시가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진행한 ‘강정·악근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결국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며 주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강정·악근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지난 2009년 서귀포시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지역 종합발전계획(안)’에 따라 추진한 5개 분야 32개 사업 중 하나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기반확대’ 분야로 14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민들을 달래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추진 초기부터 주민들과 불협화음을 냈다. ‘해군기지’를 의식해 급하게 서귀포시가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애초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주민 의견을 듣지 않고 공사를 시작하다보니 공사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불거졌고, 급기야 올해 서귀포시가 주민들의 거듭되는 요구를 받아들여 공사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과정에 이르렀다.

강정마을회 관계자는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해군기지와 연관해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서귀포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않고 용역을 자체적으로 진행한 뒤 공사를 벌였다”며 “공사 후 주민들이 용역을 다시 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정천 정비는 몇 년전부터 주민들이 숙원사업이라며 줄곧 추진을 요청했던 사업”이라며 “그러나 당시 서귀포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던 중 해군기지 건설계획이 나오면서 당시 박영부 서귀포시장이 급하게 사업을 추진해 공사설계가 제멋대로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강정천 정비사업과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별개”라며 “강정천 정비사업은 일찍이 주민숙원 사업이다. 하천정비 계획을 서귀포시와 협의한다고 행정이 해군기지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판단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난 11일 고창후 서귀포시장과 대화에서도 나왔다. 주민들은 “강정천 주변에 들어선 정자 주위로 나무가 없어 휴식공간으로서 기능이 없다”며 “정자를 옮겨 여유부지에 수림을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른 주민은 “서귀포시는 1년 전에 인조잔디 축구장을 깔았다가 다시 이를 허물어 실내 게이트볼장을 짓겠다고 한다”며 “마을회와 협의없이 진행되고 있다. 생태공원에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하천을 정비한다는 이유로 바닥에 깔린 바위까지 모조리 없애 평평하게 만들어 은어들이 서식할 공간이 없어졌다. 하천정비가 아닌 청소”라며 “현재 만들어진 은어가 다니는 통로인 ‘어도(魚道)’도 단순히 구멍을 뚫은 수준 밖에 안돼 은어들의 생태를 위협하고 있다”고 거듭 문제제기했다.

고창후 시장도 문제점을 인정했다. 고 시장은 “70~80년대 개발지상주의가 득세할 때 나타난 하천복원 공사기법이 아직까지 남은 것으로 안다”며 “주민들의 지적을 유념해 앞으로 감시를 철저히 해서 복원다운 복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재난안전관리과 관계자는 “정자 주변에 나무를 심는 것은 합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현장에서 마을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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