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중덕 해안가서 미사 집전
“주민들의 호소 지지·연대…건설 중단해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용산 및 4대강 공사현장에서 행해진 ‘거리미사’ 행렬이 강정마을까지 이어졌다. 강정 바다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가 장엄하고 진중하게 울려 퍼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12일 오전 2박3일간의 총회를 마무리하며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강정 중덕 해안가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제주지역 3명의 사제를 포함해 수녀, 주민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사에서 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는 미사를 시작하며 “제주에서 열린 이번 총회의 주제는 ‘생명·평화·인권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였다”며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이 곳에 전쟁의 산물인 군사기지를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들이 갖게 된 가장 귀한 본분”이라고 밝혔다.

전 신부는 “미사에 모인 이들의 마음을 모아서 평화가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며 “정성들여 기도를 올려 강정을 지키는 지혜를 얻길 하느님께 청원하자”고 말했다.

사제단 총무인 김인국 신부는 “지난 2009년 사제단 총회장소인 원주에서 용산참사를 들었다”며 “이후 2009년 내내 우리들의 현장은 용산이었다”고 운을 뗐다.

김 신부는 “2011년 총회의 폐막미사를 강정에서 올리는 지금 마음이 무겁다”며 “우리는 4·3의 기억을 가진 평화의 섬 제주에서 벌어지는 참사를 목도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두 겹 더 바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해군기지에 미국의 핵무기가 들어서면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면서 “더 처절히 몸부림을 쳐야 할 2011년이라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된다. 이 곳의 아름다움을 함께하며 끝내 아름다움을 지킬 하느님의 뜻을 훼손하지 말자”고 거듭 다짐했다.

이날 미사에서 사제단은 강론을 대신해 ‘평화를 구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제단을 대표해 성명을 읽은 김인국 신부는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전쟁위기에 한반도 백성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렇게 우리의 평화는 허약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 신부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수 많은 제주도민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평화를 호소했다”며 “아름다운 평화의 섬에 깃들어 사는 성실한 삶들은 평화를 무력으로 구할 수 없다는 혜안을 이미 체득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호소는 섬을 넘어 뭍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걸어가야 할 평화의 길이 무엇인지 성찰케 한 귀한 초대였다”며 “그 호소에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고 엄중히 선언했다.

김 신부는 제주도정과 국방부·해군을 향해 “관은 해군기지 유치를 즉각 중단하고 주권자인 제주도민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며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이 전략적 거점 확보에 결정적이라고 주장하는 군 역시 제주도민과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호소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신부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은 주변국의 긴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전범국가인 일본의 팽창주의를 다시 자극할 것”이라며 “가장 견고한 안보전략은 군사시설의 확장이 아니라 신뢰와 평화를 기반으로 한 외교적 노력으로 담보되는 것”이라고 입장을 확고히했다.

김 신부는 “무력은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없다. 무력은 더 큰 무력을 불러올 뿐 아무것도 지켜주지 못한다”며 “부디 평화를 바라는 백성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힘겹게 싸운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 양심시민들의 수고에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사제단은 미사에 앞선 오전 10시 강정해군기지 건설이 진행되는 강정천 다리 인근 공사현장을 방문하고, 강정마을 주민으로부터 해군기지 건설 과정을 듣고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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