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이정원기자 2002년이후 해군기지 사설분석 논문 발표
제민일보 ‘평화’위해 반대외치다 ‘평화’때문에 필요하다로 선회
경영난 겪은 언론사, 경영안정화 후에도 자본 예속 경향 지속

제주지역 언론들의 제주해군기지 관련 보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왜곡되고 오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화순항을 중심으로 해군기지 논의가 시작된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 지역언론의 해군기지 담론은 회사의 상황 등 본질외의 ‘이데올로기 공식’에 맞춰져 생산돼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본보 이정원 기자가 제주지역신문의 ‘제주해군기지’ 관련 사설을 분석해 도출한 「지역언론의 담론 및 생산구조 분석」 논문(제주대 사회학과 석사학위)을 통해 제기됐다.

이 기자는 제주일보와 제민일보의 해군기지 관련 사설을 △제주 화순항이 해군기지로 건설될 것이라고 알려진 2002년 당시와(제1시기) △2005년이후 재차 해군기지 건설 움직임이 일었던 시기(제2시기) △2007년이후 강정마을로 입지가 굳어지던 시기(제3시기) 등 세 단계로 구별해 분석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주일보의 경우 제1시기인 2002년 화순항 해군기지 개발계획이 논의될 때 ‘개발을 전제로 한 절차적 정당성’을 중심으로 담론을 생산했지만 다시 해군기지 건설이 논의된 제2시기 2005~2006년에는 해군기지 담론을 생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해군기지는 지역갈등을 유발하는 대표적 모델로 인식되고 담론은 도정의 갈등관리나 정책능력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생산했다. 제3시기 2007~2009년은 ‘경제성장’ 담론속에 제주해군기지의 본질에 대한 왜곡과 오인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본격적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지만 제주일보는 제2시기와 마찬가지로 해군기지 관련 사설을 거의 생산하지 않았다.

제주일보가 해군기지 담론을 지속적으로 우회 생산해왔다면 제민일보의 관련 담론은 시기별로 보다 급격한 변화의 양상을 보여왔다. 특히 ‘평화’의 개념이 초기, 반대를 위한 근거로 논의되던 것에서 해군기지를 둘 수 있는 근거로 방향을 틀어 차용되기 시작했다. 

제민일보는 제1시기인 2002년 ‘평화’와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해군기지 건설을 인식하고 반대 담론을 생산했다. 이 시기 제민일보는 평화와 해군기지가 갖는 냉전적 개념을 지속적으로 대조하며 건설 반대의 입장을 고수했다. 제2시기에는 반대 담론에서 갈등조정 담론으로 변화가 시작된다. 제민일보는 반대담론을 펼치던 2005년을 지나 2006년에 이르면서 서서히 해군기지 건설이 필요하다는 전제아래 ‘갈등 조정’의 담론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평화’의 개념도 달라졌다. 제1시기 해군기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이던 ‘평화’는 제2시기에 들어 해군기지를 허용할 수 있는 근거로 차용되기 시작한다. 제3시기 제민일보의 담론은 반대에서 순응으로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논문은 언론사의 이같은 생산 담론 변화의 원인을 언론사의 재정구조 악화와 이에 따른 종속경향으로 연결짓고 있다. 이 기자는 2002년 이후 언론사의 경영상태를 주목했다. 

IMF이전 제주의 대표신문으로 점차 몸집을 불려왔던 신문들은 IMF이후 그동안 차입한 자본에 의한 경영압박을 받게 되면서 운영난에 진입하게 된다. 2002년 감사보고에 따르면 제주일보는 과도한 금융차입으로 당기영업손실이 6억8000만원, 당기 순손실이 21억원을 넘어서면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제민일보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기부진에 따른 광고수주 감소 및 과도한 금융차입 등으로 당시 영업손실이 12억2914만원, 당기 순손실이 15억877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에서 차지하는 매체적 권위가 여전히 지대하였을지는 모르지만 언론사에서 담론을 생산하는 주체인 기자들의 사고변화를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토대의 불안감에 따라 언론사에 대한 소속감과 윤리의식,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시각이 이전과 달라질 것이며 이에따라 재생산되는 이데올로기도 이전 매체의 것과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동안 신문사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신문구독료와 광고료에 대한 회의감이 서서히 일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수입원 발굴의 필요성 인식과 함께, 구독자보다는 자본의 혜택을 제공할 ‘주체’를 겨냥한 기사 생산 구조로의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하는 계기로도 작용하게 된다. 

여기서 특히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은 제민일보사의 경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경영개선 등을 통해 흑자를 기록했다고 공식발표하고, 2008년 신임 대주주를 영입해 경영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제주도와 자본에 자발적으로 예속되는 구조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 기자는 특히 이 점에 주목하며 경영안정화가 곧 언론의 독립성 확보까지 뜻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함께 논문은 이같은 언론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변화의 원인중 하나로 시민사회단체의 매체견제력 약화를 제시했다. 이 기자는 현재 언론을 견제한 매체 외부환경의 제재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 언론 스스로 현실을 왜곡·오인하는 담론을 생산하면서도 이를 자각시킬 외부적 요인이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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