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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거주민과 육지이주민 '간극'을 문화로!귀덕밤마실, 9일부터 오는 10월까지 둘째, 넷째주 일요일
귀덕1리 주민 주체 프리마켓·해녀 토크콘서트·공연
9일 오후 5시부터 귀덕리 바다와 함께 한 '귀덕밤마실'.

'제주거주민과 육지이주민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풀 것인가?'

귀덕1리 주민들의 고민한 흔적이 ‘귀덕밤마실’이라는 문화로 다가왔다.

‘마실’이라 하면 이웃이나 집 가까운 곳에 놀러 가는 일을 의미한다. 과거 마을에서는 어르신들의 마실이 마을의 '모임' 반상회였다. 이제 마실은 마을회관이라는 거점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동네 거점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마실을 귀덕1리는 밤바다가 보이는 공원으로 끌고 나왔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호기심에 어린 눈으로 '귀덕밤마실'을 바라보는 이들.

귀덕밤마실은 일명 ‘육지것’들이라 일컫는 이들이 제주거주민들에게 보내는 초청장이다. 제주거주민들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버스정류장과 난간에 기대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낸다.

귀덕밤마실을 기획한 조경진 담당자는 “처음 시작할 때 상가 사람들, 술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다 장소를 빌려야하니 이장님, 어촌 계장님에게 찾아갔어요”라며 “귀덕리밤마실은 마을 주민들이 동네 어르신들과 인사하며 꾸준히 소통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밤 마실 프로그램은 세 가지다. 공원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펼쳐지는 프리마켓, 90세 해녀 할머니 토크 콘서트, 제주 토종 스카 밴드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 공연이다.

각 프로그램마다 주목할 포인트가 다른데 프리마켓은 각자 자발적으로 매출을 접고 나온 주민들이 참여한다. 주민들이 팔기 위해 수제로 만든 김밥, 샌드위치 등을 마실 나온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저렴한 가격을 담합해 상업적인 날로 변색되지 않으려는 지점들이 보인다. 당일 행사 때 어묵꼬치가 천원, 머그컵 4종 세트가 5천원이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프리마켓에서는 꼬마 피카소의 '얼굴 그려 드려요!' 프로그램이 어른들의 이목을 끌었다.

프리마켓에서 체험 프로그램 중 꼬마 아이의 ‘얼굴 그려 드려요! 100원’은 어른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다. 줄을 선 어른들은 “100원 그림이 후에 100억대가 되는 것 아니냐”며 꼬마 피카소를 바라보았다. 곧 이내 옆 셀러가 가지고 온 강아지 인형을 보다 귀엽다며 그림을 멈추자 어른들은 꼬마 피카소의 손끝을 기다렸다. 빨리 그려달라고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이남근(49) 귀덕1리 이장.

이남근(49) 귀덕1리 이장은 “마을에서 이장으로서 고충이 있었어요. 내가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누군가 직접 찾아오지 않으면 이장으로서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서로 인사를 하게 되고 마을이 소통이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 상업적으로 변질되지 않게 지금 규모와 기획의도를 간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고민이 없이 지금 당장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90세 해녀 현정심 할머니.

오후 6시가 넘어 마실 무대에서 열린 90세 해녀 현정심 할머니의 토크콘서트는 인생 고민 상담과 노래로 마무리됐다. 살을 빼고 싶은 고민 및 아빠가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점, 술 마시는 남편 등에 대한 할머니의 토크콘서트는 사회자인 그들의 이방인 육지이주민의 통역을 거쳐 이야기가 완성됐다.

사회자는 콘서트가 끝나갈 때쯤 할머니에게 인생 고민이 무어냐고 묻자 “고민은 아무 것도 없으니 노래하나 하겠다”며 해녀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는 아무런 번역과 통역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그녀의 삶이었다.

지금도 해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귀덕1리 어촌계장 장영미(65) 할머니.

해녀로 살아가고 있는 귀덕1리 어촌계장 장영미(65) 할머니는 “귀덕리에서 가까운 섬이 두 개가 있다. 바닷물이 싸악 내려가면 가까운 섬이 70m정도 되는데 걸어서도 갈 수 있다”며 귀덕리의 밤바다를 자랑했다. 이어 그는 “우리,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행사인데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니까 마을에 사람들도 모인다”고 웃었다.

'귀덕밤마실' 마지막 프로그램인 사우스카니발의 공연.

프로그램 마지막 순서인 제주 밴드 사우스카니발은 프리마켓 주민들과 섞여 셀러에서 공연자로 변모했다. 그는 “내가 나고 자란 제주도에서 현재 이슈 중 하나인 제주거주민과 육지인들의 소통의 장을 마련코자 한 기획의도가 좋아 참여했다”며 “공연자지만 셀러로서 참여하게 돼 경계선이 무너진 점이 이색적이다”고 말했다.

'귀덕밤마실' 첫 날, 시작점과 끝점까지 육지이주민·제주거주민들과 함께했다. 그들에게 기자는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육지인에게는 거주민들에 대한 생각을, 거주민들에게는 육지인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다. 이 둘 사이의 관계에서 서로가 벌어졌던 간극은 이방인이라는 지점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사이의 간극은 결국 다시 사람을 만나는 일 부터라고 귀덕1리는 답을 찾았다.

'귀덕밤마실'의 사람을 보는 *디자인 띵킹은 현재 도시재생의 이슈인 '사람'을 보는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를 떠오르게 한다. 야마자키 료는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멈추자 사람이 보였다”는 말을 통해 사람을 보는 디자인이 현재 도시재생의 이슈라고 전했다.

*디자인 띵킹(Design Thinking: 공감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시제품을 제작하고,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

한편, 올해 지난 2월 자료 갱신한 통계청의 법정동별 세대 및 인구에 따르면 귀덕1리는 570세대, 1,204명(남 622명, 여 582명)이다. 귀덕1리 사무소는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부터 이번 달까지 유입된 육지이주민은 50명에서 60명 정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덕밤마실은 지난 9일을 시작으로 오는 10월까지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귀덕1리 영등신화 소공원에서 펼쳐진다. 주최 및 후원은 귀덕리 마을이다. 주소는 내비게이션으로는 검색되지 않을 수 있으니 '카페콜라'를 검색하면 된다.

박세인 기자  bak.xe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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