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의 육체산업 - AV시장을 해부하다」(이노우에 세쓰코)

책 제목만 보고 필요할때 마다 은밀히 꺼내서 즐기던 그때 그 장면과 배우를 떠올리지 않길 바란다. 일본의 프리랜서 작가인 이노우에 쎄쓰코의 「15조원의 육체산업 - AV시장을 해부하다」는 일본 AV의 경제적, 사회적 측면을 해부한 르뽀집이다.

이 책의 가치는 AV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필자 이노우에는 “AV산업은 성인비디오를 대여하거나 구입하는 사람들(수요자)이 있기 때문에 성립되는 점을 감안하면, ‘성인 비디오는 여성 멸시 그 자체!’라고 화만 낸다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전제한다. 또한 AV가 단지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라 여성들 또한 공개적으로 성인 비디오를 매매하는 현상이 일상인 시대에 AV는 사회 전체적인 구조 안에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 것을 필자는 주문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쓰여진 결과로 AV산업의 규모분석 보다는 실제 AV시장에 몸담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목차에서 한 파트씩 차지하는 ‘성폭행과 AV여배우’, ‘성폭력과 AV'는 AV시장안에서 활동하는 여성에 대한 착취가 얼마나 심각한지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AV시장과 그 속에서 피해를 입는 여성 노동자들을 통해 이 시대의 천박한 성문화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성 상품화’, ‘인간 소외’, ‘성차별’ 등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려 애쓴다. 여기에 대중 개개인의 성찰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를 알면서도 무의식적인 욕구에 따라 즐기게 되는 AV가 불꺼진 한 개인의 방을 넘어 사회구조의 모순을 가속화시키는 기제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씨네21‧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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