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네트워크, 정부·청와대 인종주의 극복 방향 대책 요구

[제주도민일보 DB] 난민.

청와대와 법무부가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신속한 심사를 위해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하자 난민인권단체가 정부 대책에 우려를 표했다. 안일한 대책이란 게 이유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1일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 신청 허가 폐지’ 청원 답변 공개라는 골자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청와대는 답변에서 난민보호의 국제적 책무를 고려하되 국민 안전을 위해 난민신청자의 신원 검증을 강화하고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도록 하고 신속한 난민 심사를 위해 심사인력을 늘리고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난민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단체인 난민네트워크와 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는 2일 성명을 내고 안일한 대책이라며 정부 발표에 우려를 표했다. 더욱이 두 단체는 정부에 난민 협약을 이행하고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난민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한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난민법을 폐지하거나 난민협약을 탈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난민정책이 필요하다”, “서구사회의 부작용을 반면교사 삼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난민인권 옹호 단체는 “매우 안이하고 부적절 하다”고 지적한다.

두 단체는 “한국 정부가 1992년에 비준한 난민 협약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규범이고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며 “따라서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청와대와 법무부의 입장은 우선적으로 어떻게 난민협약을 제대로 이행할 것인가가 돼야 한다. 그런데 난민인정 절차와 난민의 권리에 관해서 위 난민협약의 문언과 목적과 취지를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단체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협약국의 평균 난민보호율은 38%이고 세계평균 난민보호율은 50%이다. 한국 GDP의 2배이고, 면적은 3배, 인구수는 2배인 독일은 최근 5년간 100만명 가까운 난민을 보호해 우리의 200배에 해당하는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총 849명의 난민을 보호하고 있어 난민인정율이 4%에 불과해 인구 1000명 당 난민 보호 인원이 193개 유엔회원국(난민협약국 142개국) 중에 139위이고 OECD 35개국 중에 34위이다.

두 단체는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에 대한 인정 심사에 있어 독립성, 전문성, 신속성, 공정성, 투명성이 부재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며 “청와대가 이번 답변에서 ‘부족한 심사인력과 통역전문가 늘리고 국가정황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제시한 난민심판원 설립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난민 인정 심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전문성 있는 사람으로 확충, 대체하고 그들에게 출입국 당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 더 적절한 해결책”이라며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국가정황정보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고 허위 난민신청자는 신속하게 가려내겠다”, 그 방안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청와대와 법무부 입장을 두고 “정식 난민심사 절차라는 것은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터뷰와 국적국정황정보를 확인하는 것인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진정한 난민을 가려 내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두 단체는 “박해를 피해 타국에 와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난민 지위 인정은 인생이 달린 문제”라며 “한 사람의 인생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졸속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난민절차의 신속성이라는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고, 독립성, 전문성, 공정성, 투명성의 가치와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한국 정부에 “어떻게 난민협약에 따라 예멘 난민신청자를 보호할 것인지 그 대책을 제시해야만 했다. 난민신청단계에서 생존권이 위협을 받게 되면 사실상 강제송환의 결과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정부는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신청자의 권리 보장을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난민보호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답변에서는 이러한 인종주의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정부의 정책 자체가 인종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끝으로 “청와대와 법무부는 답변 말미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정책을 세우겠다고 했는데, 그러한 태도 자체는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바”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그러한 의견 수렴이 난민혐오와 인종주의적인 시각에 의존해서 정부의 난민보호의 실패에 대한 정당화 과정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고, 어디까지나 난민 협약을 이행하고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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